[오늘의 전시]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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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배형경, 떠돌아 다니는 것들, 철, 각 60X100X240㎝, 2010.

조각가 배형경(55)씨는 지난 30년간 인체 조각만을 고집해왔다. 몸을 파고드는 그의 작업 태도는 2004년 개인전 제목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에 응축되어 있다. 삶을 받아든 순간,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아모르 파티(運命愛)’를 흙과 철과 청동으로 보듬어가는 그의 작업 태도는 작가의 말 그대로 ‘카르마(業)’의 냄새를 풍긴다. 발가벗겨진 몸들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서성이는 모습은 참혹하면서도 측은하고 우울하면서도 존엄하다. 존재의 버거움을 이겨내려 용쓰는 저 인간상 속에 우리 있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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