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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금융·해외채권 펀드 ‘우린 펀드환매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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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4조1611억원’. 주가지수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이달 14일까지 한 달 보름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돈이다. 지난달 2일과 이달 13일 단 이틀을 빼고는 매일 돈이 빠져나갔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1조4475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 주식형에 마지막으로 돈이 순유입된 것은 올 7월 30일. 이후 52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새 나갔다. ‘펀드 환매 홍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환매 무풍 지대’에 있는 펀드도 있다. 중국본토·농산물·금융·녹색성장 펀드 등이 바로 이런 펀드들이다.

 ◆중국본토 펀드는 품절=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15일 기준)간 중국본토 펀드에는 2790억원이 몰렸다.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투자 한도가 꽉 차 판매 중단을 선언한 펀드들이 연이을 정도였다. PCA자산운용의 ‘PCA 차이나드래곤A셰어’(4일 판매 중단)와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 네비게이터중국본토펀드’(6일),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CHINA2.0본토펀드’(15일) 등이 그랬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내수 중심으로 돌아서면 제조업이 많은 본토 주식들이 오를 것으로 투자자들이 내다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신흥국 증시가 오르는 가운데 중국 상하이지수는 유독 하락했다는 점도 투자를 끌어들인 요인이다. 가격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돈은 수익률을 따라=15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6%였다.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펀드는 국내금융(8.6%)·농산물(7.4%)·금(6.9%)·녹색성장(4.1%) 등이다. 이런 펀드에는 하나같이 돈이 순유입됐다. 금융펀드에는 최근 한 달 새 137억원, 금펀드에는 117억원이 흘러들어왔다. 금과 농산물은 달러 약세에 따라 앞으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펀드이기도 하다.

금융·녹색성장 펀드는 수익률에 또 다른 요인이 더해졌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금융주를 많이 사들이고, 녹색성장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육성 정책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겹쳐 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목표전환형 펀드 호조=해외채권형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2021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외채권형 중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템플턴글로벌펀드 하나에만 9월 이후 227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회사 김동일 채권운용본부장은 “주식 시장이 많이 올라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안 투자처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목표전환형 펀드에도 최근 일주일간 230억원이 순유입됐다. 목표전환형은 일단 주식에 투자했다 일정 수익률에 이르면 채권형으로 바꾸는 상품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연구원은 “목표전환형에 돈이 몰리는 건 주가가 많이 올라 추가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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