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한국 땅" 영국정부 지도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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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9월에 샌프란시스코 평화회담이 개최되기 전인 그해 4월 연합국 영국정부가 제작한 지도. 화살표로 표시된 독도는 한국 영토에 포함돼 있다. [연합]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국과 패전국 일본이 1951년 9월 조인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국 정부가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한 지도가 27일 공개됐다.

정병준(역사문화학부)목포대 교수가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찾아낸 이 지도는 영국 정부의 평화조약안 초안에 담긴 것으로 독도를 한국 영토로 명시하고 있다. 지도의 크기는 가로 82㎝, 세로 69㎝.

당시 영국 정부는 평화조약을 앞두고 세차례 초안을 만들었다. 제1차 초안은 1951년 2월, 제2차 초안은 같은 해 3월 각각 만들었으며 최종안은 4월에 미국 정부에 통보됐다.

정 교수는 "제1차 초안에는 독도는 물론 울릉도.제주도까지 일본 영토로 돼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후 세 섬이 모두 한국 영토로 바로잡혔다"고 말했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도 "영국이 최종안을 미국에 전달한 후 미.영의 합동 초안이 채택됐는데, 미국의 영향력이 커서 그런지 독도 관련 언급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이 만든 초안은 모두 9개로 1~5차 초안에는 독도가 한국령이라고 명시됐지만 6차 초안에서는 일본 영토로 바뀌었고, 7차 초안부터는 독도가 아예 빠졌다.

신 교수는 발굴된 지도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정식 지도가 아니고 영국 측 초안이긴 하지만 태평양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영국이 독도를 한국 영토로 확인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1946~47년 독도는 물론 울릉도까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각종 팸플릿을 만들어 연합국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사실이 정 교수가 지도와 함께 발굴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패전 이듬해인 46년에 울릉도.독도 등 일본이 확보해야 할 섬의 이름을 나열한 각종 팸플릿을 연합국에 뿌렸다.

울릉도에 관한 팸플릿에는 "한국 정부(조선왕조)는 1400년대 이래로 이 섬에 대해 공도(空島)정책을 펴는 등 실질적으로 섬을 포기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적혀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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