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도 건보증 도용 … 4년간 19억 축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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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외국으로 이민 간 A씨는 2008년 이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동생의 건강보험을 이용해 진료를 받았다. 병원 창구에서 주민등록번호만 대면 더 이상 신분을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2월까지 30차례 진료를 받으면서 44만원의 건보 재정을 축냈다.

 건강보험 이용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지인이나 타인 명의를 도용하거나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15일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2010년 8월 이 같은 부정행위가 2270건 적발됐다. 여기에 들어간 건보 재정만 약 19억원이나 된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B씨는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던 지인의 주민번호를 활용해 지난해 9월까지 일곱 차례 진료를 받았다. B씨는 건보 재정 22만원을 썼다. 건강보험을 부당하게 이용한 사유를 보면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가 29%로 가장 많았다. 보험료 체납과 무자격(국적상실자 재외동포), 불법체류 등의 사유도 있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제도인 의료급여도 허점투성이다. 서울의 결혼중개업체 사장 B씨는 올해 고객 주민번호를 이용해 180만원어치의 진료를 받았다. 이 고객은 정신질환자로 국가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대상자였다.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의료급여 부정 이용자는 117명이었다. 이들이 불법으로 축낸 의료비는 2억원가량 된다. 이 중 64%만 환수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의료기관 창구에서 건강보험증이나 의료급여증 없이 주민번호만 대면 진료를 받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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