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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주목되는 중국 지식인들의 언론자유 촉구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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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의 원로 지식인 23명이 최근 발표한 ‘언론자유 촉구 공개서한’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맞춰 발표된 이 서한은 “1982년 개정된 중국 헌법 35조는 인민들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지난 28년간 현실세계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정치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거듭 역설했음에도 중국 언론매체들은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검은손’에 놀아나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서한 작성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비서 출신으로 중앙조직부 상무 부부장을 지낸 리루이(李銳), 인민일보 사장을 지낸 후지웨이(胡績偉), 신화통신 부사장 출신의 리푸(李普) 등 비중 있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서한을 올린 인터넷 사이트에는 첫날 하루에만 476명이 실명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자극받은 탓인지 중앙과 지방의 유력 신문들이 일제히 원 총리의 정치개혁 발언을 지지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눈길을 끄는 사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프리덤 하우스의 평가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중국보다 언론자유가 열악한 나라는 북한과 미얀마뿐이다. 언론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과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당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나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대만 독립, 파룬궁 문제 등은 금기(禁忌)사항으로 돼 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보도지침이 시행되고 있고, 최소한 30명의 언론인과 68명의 인터넷 논객이 구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네티즌만 3억6000만 명이다. 이들을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구식 민주주의와 다른 중국식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언론의 자유는 필수조건이다. 공산당 일당(一黨) 지배와 언론자유는 양립(兩立)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제와 정치 발전의 불균형이 무한정 지속될 수도 없다. 마침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가 어제 개막됐다. 언론자유를 포함한 정치개혁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