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몇 가지 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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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본선 32강전>
○·허영호 9단 ●·구리 9단

제 14 보

제14보(143~160)=143에 패 쓰고 145 따내자 백엔 더 이상 팻감이 없다. 결국 146으로 잡고 147로 따내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살길이 아득해 보이던 상변 흑은 살고 멀쩡히 살아 있던 하변 흑은 죽었다. 일진 광풍이 불더니 생사가 마구 뒤집혔다. 사람들이 왜 패를 마녀나 요녀로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난리는 이제 다 지나간 일, 평정을 되찾은 바둑판엔 다시금 ‘계산’의 시간이 찾아왔다. 조금 전까지 황금이 굴러다녔는데 갑자기 한두 집에 목을 매야 하는 ‘고문’의 시간이다.

148이 놓이면서 하변을 확실히 잡았다. 이 크기는 22집. 상변 일대는 백보다 흑집이 더 커졌다. 종합해 볼 때 패싸움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상변에 백집이 약 20집 정도 난 것과 비슷해졌다. 25집 나면 확실히 이기고 20집이면 계가였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눈터지는 계가일까.

참고도

백에 몇 가지 길조가 보인다. 우선 ‘참고도’ 흑1, 3으로 끊기는 수가 남았는데 이게 실전 154, 156의 선수로 해결됐다는 점이다. 또 패싸움 패배로 인해 상변 일대의 백이 꽤 엷어졌지만 다행히도 그 약점을 보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허영호 7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반상 최대의 끝내기(158, 160)를 해치웠다. 백이 앞선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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