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문서 보고 안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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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들의 문서로 된 보고는 앞으로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강태영 업무혁신비서관이 23일 밝혔다. 대신 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 전자 통신망인'e지원(知園)'을 통해 모든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페이퍼리스(paperless) 청와대'를 선언한 것이다.

한 비서관은 최근 종이문서로 노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올렸다가 "e지원으로 보고하면 읽어보겠다"는 답신과 함께 '퇴짜'를 맞았다. 이로 인해 신풍속도도 보인다. 대통령의 지시는 '대통령님이 할 일 준비 파일을 전송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로 직접 전달된다. 한 부속실 직원은 "월요일 출근을 해 e지원을 켜보니 일요일 오전 2시에 노 대통령의 지시사항 메일이 쏟아져 있어 아찔했다"고 밝혔다. 참모들은 "청와대에서 e지원을 가장 열심히 사용하는 유저(user)가 노 대통령"이라며 "온라인 특성상 24시간 가동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업무 긴장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5시부터 조찬 전까지 두 시간, 만찬 후 두 시간 등 하루평균 네 시간을 e지원 서핑에 할애한다. 덕분에 대통령의 보고서 처리량이 과거 문서 보고 때보다 3배 정도 늘어났다. 노 대통령은 '나의 구상'이란 난을 만들어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한 뒤 이를 당일 '일정란'에 첨부해 즉시 정책화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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