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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골프장 탐방 <3> 제주 라온 골프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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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긴 호수와 억새풀이 오름과 조화를 이루는 라온 골프장의 레이크 코스. 개장 기념 스킨스게임에서 우승한 콜린 몽고메리의 홀은 레이크 코스 1번 홀이며 레이크 9번 홀은 최경주 홀로 명명됐다. 342야드 파 4인 스톤 코스 2번 홀은 타이거 우즈의 1온을 기념해 우즈 홀로 불린다. [라온 골프클럽 제공]

라운드 도중 심심찮게 타이거 우즈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제주 한경면 저지리의 라온 골프클럽. 이곳에선 2004년 11월 개장 이벤트로 우즈가 최경주·박세리·콜린 몽고메리와 함께 스킨스 게임을 치렀다. 클럽하우스 앞에는 출전 선수들이 찍은 핸드 프린팅이 있다.

골프 황제의 발길이 머문 국내 골프장은 라온 골프장이 유일하다. 황제의 티샷이 떨어진 지점에 아직도 깃발이 꽂혀 있다. 2004년은 한창 때라 우즈의 샷은 힘이 넘쳤다. 당시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95야드(약 269m)나 됐고, 대부분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정도로 컨디션도 좋았다. 스톤 2번 홀의 이름은 타이거 우즈다. 313m 파4인 이 홀에서 1온 시킨 것을 기념으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그 스킨스 게임에서 우승자는 ‘황제’가 아니라 ‘디자이너’였다. 코스를 설계한 콜린 몽고메리는 대회 전날 기자회견에서 “도대체 우즈가 누구냐? 모든 홀에서 다 이겨 우승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절반인 9개의 스킨(7만5000달러)을 따내 진짜로 우승했다. 코스 곳곳의 함정과 그린을 파악하고 있었을 테니 무리도 아니다. 우즈와 최경주는 각각 5만1000달러를 챙겼고, 박세리는 샷 거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 개의 스킨도 따내지 못했다.

우즈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전날 밤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블랙잭에서 1억원 넘는 거금을 땄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일주일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초청료와 상금 등으로 50억원대의 돈을 벌어갔다. 골프는 중독성뿐 아니라 도박성도 있다.

라온 골프장엔 대박 상품이 있다. 레이크 코스 6번 홀(파3·155야드)에서 홀인원을 하면 3억6000만원에 분양하고 있는 라온 빌리지의 36평 콘도를 준다. 지난 8월 15일부터 내년 8월 14일까지 1년간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하는 사람에게 콘도를 준다. 여러 명이 홀인원을 하면 나눠서 주기로 했는데 아직 홀인원을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거리도 길지 않고, 위압감을 주는 해저드도 없어 홀인원이 나올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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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는 스톤, 레이크, 파인의 27홀로 이뤄져 있다. 총 전장 1만714야드다. 세 코스는 개성이 뚜렷하다. 스톤 코스는 용암 분출로 생겨난 돌과 천연 난대림의 절묘한 조화라고 볼 수 있다. 돌담과 돌탑이 어우러진 제주 특유의 풍광을 연출한다.

레이크 코스는 긴 호수를 따라 한라산과 사방 오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전략적인 공략이 요구되는 코스다. 파인 코스는 해송과 난대림이 어우러진 코스다. 솔향을 맡으며 삼림욕과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레이크 9번 홀의 이름은 최경주다. 2004년 스킨스게임 당시 벙커샷 스킬스 게임에서 최경주가 승리한 기념으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라온 골프장의 장점은 날씨다. 라온 골프장은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고, 안개가 거의 없다. 산간 지역의 골프장에서 악천후 때문에 골프를 포기한 이들이 라온으로 내려와 라운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라온은 약 400m 정도의 오름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데다 해발 130~180m의 저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눈·바람·안개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게 골프장 측 설명이다.

제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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