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대신 돈으로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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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요즘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사업이 막바지 단계인 시행인가 또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분양계약을 포기하고 돈으로 달라는 것이다. 향후 주택경기를 나쁘게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재건축·재개발 초기 단계에서 조합원이 분양을 포기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막바지에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일은 이제까지 드물었다. 조합원은 일반분양보다 싸게 분양받는 데다 향과 층이 좋은 아파트를 배정받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을 철회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마다 분양을 철회하는 조합원은 평균 5명 정도다. 최근엔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도 분양을 포기한 사례가 나왔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반도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13명이 분양 계약을 하지 않았고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5차 아파트도 3명의 조합원이 분양 신청을 철회했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지방에서는 3~4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계속됐지만 서울에서는 재건축 사업 막바지에 분양계약을 철회하는 경우는 최근에 생긴 일”이라며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전망도 불투명해 차라리 돈으로 돌려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조합원이 합당한 절차에 따라 분양계약을 철회하면 감정평가에 의한 권리가액을 분양계약 기간 종료일로부터 150일 이내에 돌려줘야 한다. 서울 아현동 재개발 단지에서 분양 철회 신청을 한 최모(53)씨는 “ 앞으로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으면 손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현금청산을 택했다”고 전했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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