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지금 이색상품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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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과 증권사들이 이색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금리가 낮은 은행 예.적금 대신 간접투자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고객 눈길을 끄는 이색상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톡톡 튀어야 산다=하나은행이 파는 '멀티에셋 모멘텀 펀드'는 고객이 맡긴 돈의 25%가량을 미국 골드먼삭스가 에너지.곡물.오일 등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실물지수에 넣는다.

국민은행은 최근 완성한 투신상품 판매종합시스템(STS)을 통해 개인별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동원KB오토체인지 주식투자신탁'을 내놓았다. 주식에 투자하다 고객이 지정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 펀드로 자동 전환된다.

또 외환은행은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주가.환율에 동시 연동하는 '베스트 초이스'정기예금을 출시해 인기를 끌자 추가 판매에 들어갔다.

증권사들도 지난해 바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쟁이 가열되면서 유사상품을 막기 위해 배타적 사용권을 따내는 곳이 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출시한 '부자아빠 알짜주식 모으기'는 적립식 펀드에서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매월 돈을 넣으면 우량 주식을 직접 계좌에 적립해 준다.

현대증권은 경매.공매를 통해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은행 예금도 퓨전형=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23일부터 헌혈을 하면 보너스 금리를 주는 사회공헌형 예금을 금융권 최초로 판매한다.'파워맞춤 정기예금(연 기본금리 3%)'에 가입하는 고객이 헌혈증서를 제시하면 대한적십자사에서 정한 헌혈 종류에 따라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반 헌혈을 하면 최대 연 3.6%의 금리를 준다. 여성이나 혈소판 헌혈을 한 고객은 최대 3.7%를, 정기적으로 헌혈하겠다고 약정한 고객(등록 헌혈)은 최대 3.8%를 이자로 받는다.

하나은행도 22일 연간 최대 25만원까지 수수료를 면제받는 '부자 되는 통장'을 내놓았다.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요구불예금 통장에서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통장으로 급여나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이체하면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폰뱅킹 등을 할 때 부과되는 건당 600~2100원가량의 수수료를 매달 다섯 번씩 면제받는다.

◆투자 요령은=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이 늘었지만 간접투자상품의 경우 아직 검증받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결국 수익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고, 손실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부동산 경매 펀드는 '부동산을 매입한 뒤 3년이 지나야 팔 수 있다'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규정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김준술.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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