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시퍼렇게 날이 선 허영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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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허영호 7단 ●·구리 9단

제 11 보

제11보(113~122)=허영호 7단의 강수(백△)에 구리 9단의 자존심은 또 긁혔다. ‘참고도1’처럼 버럭 화를 내고 싶다. 그러나 백2로 잇게 되면 귀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는 있겠지만 집의 손실이 크다. 또 A도 남아 석 점도 잡은 게 아니다. 구리는 113으로 냉정하게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 115로 막으면 아무튼 우변 흑집은 그런 대로 지켜진 셈이니까.

115로 막힌 시점에서 가만히 살피면 형세는 의외로 만만치 않다. B곳이 반상 최대의 끝내기로 남아 있지만 지금은 상변이 최후의 승부처가 될 공산이 커졌다. 흑집은 좌변과 우변을 합쳐 대략 75집 정도. 백은 하변과 우하귀, 덤을 합쳐 56집 정도. 백이 상변에 25집은 마련해야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 116으로 허영호는 다시 한번 승부를 건다. 상변을 그냥 지키면 백은 C의 선수에 이어 B를 연속 당해 흑집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형세가 이상해질 수 있다.

흑은 물론 117로 들어오겠지만 그때는 모조리 잡아버린다는 결심이다. 오늘 허영호의 승부감각은 잘 벼린 칼처럼 날이 시퍼렇게 서 있다.

122도 최강수. ‘참고도2’ 백1로 막는 것은 8까지 쉽게 패가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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