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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죽이는 교실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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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실 한국 중·고생들의 실력은 국제 공인을 받은 지 오래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만 봐도 그렇다. 수학·과학 실력은 항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벨과학상 수상 쾌거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보다도 월등하다. 미국·유럽도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왜 영민함이 무뎌질까. 왜 실력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그 원초적 원인은 학교 교실에 있다고 본다. 선생님은 창의성과 독창성 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기계적으로 주입하고, 달달 외우도록 연습시키는 데만 매달린다. 제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적어 보인다. 시험 문제도 채점하기 편하게 낸다. 다음은 실제 학생들이 적어냈다는 오답이다.

문제:청년실업을 상징하는 말은?

학생:우리 삼촌.

문제:성냥팔이 소녀가 얼어 죽은 까닭은?

학생:아무도 사지 않는 성냥을 미련하게 팔아서.

문제:“불행한 일이 거듭 겹침”이란 뜻의 사자성어는 설□가□.

학생:설사가또.

문제:개미를 세 부분으로 나누면 ( ) ( ) ( ).

학생:(죽) (는) (다).

배꼽 잡을 오답을 써낸 학생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시험 모독 불량학생으로 찍혀 뒷감당이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잠시 생각해 보자. 장난기 심하고, 반항적이고, 뚱딴지 같은 ‘앱 세대’ 학생들을 경만 칠 일인가. ‘주판 세대’ 선생님들이 아이들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나간 얘기지만 토론을 해야 쾌속 발상이 쏟아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싹트는 게 아닐까.

며칠 전 만난 지인에게 오답 얘기를 했더니 이런 말을 했다. “아들이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어요. 성냥팔이 소녀가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팔았으면 돈이 생겨 얼어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작문 숙제를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 고치라고 했죠. 근데 자기 생각은 그렇다며 우기더군요. 선생님 반응은 더 이상했어요.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이라며 ‘엑설런트’ 사인을 해줬더라고요.”

학생들의 창의적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열린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입시에만 올인하는 주입식·줄세우기식 교실 교육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선생님과 교육청·정부의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 그래야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고 한국형 스티브 잡스도 나온다.

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