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전파 보내듯, 가능성 있는 작품 미리 찾아내 소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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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11면

권혁웅(왼쪽)·허윤진 편집위원이 문예지의 사회적기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최정동 기자

속간 문예중앙에는 다른 문예지에는 있는 시집·소설책 리뷰가 없다. 대신 지난 한 계절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에 대한 리뷰가 있다. ‘4분의 3’ 리뷰가 그것이다. 상대 출판사의 책을 주고받기식으로 리뷰해주거나, 영향력 있는 스타 작가의 책에 리뷰가 아무래도 쏠리는 현상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작은 혁신은 기존의 불합리한 문예지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데 편집위원들의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속간 ‘문예중앙’ 편집위원 권혁웅·허윤진씨

문예중앙 편집위원은 평론가 김영찬 교수(45·계명대), 시인이자 평론가인 권혁웅(43·한양여대) 교수, 평론가 조강석(41)·김미정(35)·허윤진(30)씨 등 5명이다. 다른 문예지에 비해 젊은 편이다. 이 중 권혁웅·허윤진 편집위원을 만나 문예중앙의 편집 방침, 문학의 위기가 노래방 지정곡처럼 운위되는 시대에 문예지 출간이 갖는 의미 등을 들었다.

-편집 키워드를 소통과 긍정으로 잡았는데.
권혁웅(이하 권)=현재 문단 구조가 특정 문학 형식만 집중 조명하다 보니 거기서 벗어나는 작품들은 소외돼버리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 보다 구체적으로 요즘 문예지들은 형식이 새로우면 좋은 문학작품으로 쳐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작품들 중 일부는 소통에 문제가 있다. 반면 그동안 문예중앙이 옹호해 온 문학은 시의 경우 언어실험을 하더라도 서정적인 말의 결이 살아 있는 것들이었다. 문학 작품은 형식적 새로움 못지않게 일정한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윤진(이하 허)=비슷한 생각이다. 작품의 형식적 새로움이 미학적 수준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권=현재 주류로 대접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한국문학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작가들이 어딘가엔 숨어 있다. 그런 작가를 찾고 싶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이건 좋고 저건 나쁘고’ 식이 아니라,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좋다’고 평가하는, 일종의 긍정의 문학관이다.

허=우주로 전파를 쏘아 보내는 것처럼, 가능성 있는 작품들을 미리 알아채 잡지를 통해 소개하고 싶다.

-다른 문예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평론가들은 그런 작품을 알아보는 혜안이 없다는 얘기인가.
허=문예지의 역사가 쌓이면 아무래도 행동이 기민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 옹호해왔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안배를 하다 보면 새 작품을 평가할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속간 문예중앙은 새로 시작하는 만큼 ‘지나간 역사’라는 중력 없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권=기존 문예지의 역할을 부정한다기보다 문예중앙의 가세로 한국문학이 보다 다원적인 시각을 확보하게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문학이 점점 위축된다고 한다. 문예지 출간은 어찌 보면 그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문예지 발간의 의의를 꼽는다면.
허=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당면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 본성, 생사의 문제, 빈부 격차 같은 문제들 말이다. 문학은 인간이 자신과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물어야 하는 질문을 대신 수행한다. 첨단의 시대에 가장 오래된 문제들을 묻는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인문학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권=인문학적 식견이 없다면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순환 성장할 수 없다고 본다. 문학잡지는 단순히 문학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담론들을 수용한다. 문예중앙이 그런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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