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따라 강약 조절 미국 4세대 장착 의무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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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27면

에어백이 진화하고 있다. 4세대 에어백은 승객의 몸무게까지 감안해 터지는 속도와 강도를 조절한다. 사진은 한창 개발 중인 좌우 좌석 사이에서 터지는 에어백.

진화 중인 건 자동차만이 아니다. 에어백도 그렇다. 차를 고를 때 몇 개의 에어백이 장착됐느냐만큼 얼마나 진화된 에어백이냐도 중요해졌다. 진화된 에어백일수록 탑승객에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에어백은 현재 4세대까지 진화했다. 미국에선 이미 4세대 에어백이 앞좌석에 의무화됐다. 반면 내수시장용 국산차의 에어백은 2~3세대가 주를 이룬다. 일부 수출용 차종엔 4세대 에어백도 얹고 있다.

에어백의 진화

4세대 에어백은 시트의 위치와 탑승자의 몸무게를 가늠해 폭발 여부와 압력을 결정한다. 일명 어드밴스드 에어백으로, 국산차 가운데 GM대우 알페온만 얹고 있다. 차종에 따라 변형을 주기도 한다. 렉서스 IS250의 동반석 에어백은 두 개의 풍선을 이어 붙인 모양새다. 탑승객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그 가운데를 파고들게 디자인해 피해를 최소화한 경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시보드와 시트 사이의 거리에 따라 에어백의 크기에 변화를 주는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바짝 당겨 앉으면 보다 작은 에어백이 터지는 식이다

에어백 진화의 역사는 곧 자동차 안전의 역사다. 1세대 에어백은 키 1m75㎝, 몸무게 72㎏의 표준성인 체격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따라서 사이즈와 폭발압력이 한 가지로 고정돼 있다. 에어백의 팽창속도는 시속 320㎞ 이상. 신차 카탈로그의 사진만 봐선 부드러운 풍선 같지만 전혀 푹신하지 않다. 맞아서 얼얼하기만 하면 다행이다. 운이 나쁘면 코나 손가락뼈가 부러지거나 안면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좌석 위치에 따라 부푸는 크기가 조절되는 에어백.

에어백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에어백에 맞아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 또한 늘기 시작했다. 체중 50㎏ 이하의 어린이나 여성, 노약자가 주로 피해를 보았다. 에어백 장착률이 가파르게 치솟던 1997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집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53명이 에어백 때문에 사망했다. 그 가운데 31명은 어린이였다.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본격화됐다.

그 결과 폭발압력을 20~30% 낮춘 2세대 에어백이 선보였다. 충격을 완화시키되 에어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이 에어백은 현재 국산차에도 널리 쓰인다. 현대 그랜저 TG와 쏘나타, 기아 K7와 K5, GM대우 토스카 등이 달고 있다. 그런데 2세대 에어백조차 12세 이하의 어린이에겐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3세대 격인 ‘스마트 에어백’은 저속에선 낮은 압력으로, 고속에선 강한 압력으로 부풀린다. 현대 에쿠스와 제네시스, 르노삼성 SM5와 SM7, 쌍용 체어맨 W가 해당된다.
4세대까지 진화했지만 최신 제품이 아니더라도 에어백의 효용가치엔 변함이 없다. 에어백은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2만80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 시트벨트와 더불어 교통사고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안전장비로 손꼽힌다. 요즘 자동차엔 에어백이 최대 10개까지 들어간다. 국산차 가운덴 쌍용 체어맨 W, 수입차 중엔 렉서스 RX350이 대표적이다.
 
금속 에어백, 좌석 사이 에어백도 개발 중
에어백의 개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시보드의 운전석과 동반석용은 물론 시트 옆구리엔 사이드 에어백, 옆 윈도 위쪽엔 커튼 에어백을 숨긴다. 앞좌석 무릎용 에어백도 선보였다. 렉서스 LS엔 뒷좌석 엉덩이 받침용 에어백도 있다. 뒷좌석 승객이 앞쪽으로 튀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도요타 iQ의 뒷좌석 에어백은 후방 추돌 시 뒷유리를 감싸 파편을 막는다.

차세대 에어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제동 에어백이 좋은 예다. 제동 에어백은 평소엔 차체 밑바닥에 숨어 있다가 충돌이 예상되는 순간 부풀어 오른다. 그러면 밑바닥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제동거리를 줄인다. 차체 앞머리도 8㎝ 정도 들어올린다. 따라서 차가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SUV나 트럭의 꽁무니 밑으로 파고드는 현상까지 막아준다.

금속 에어백도 연구 중이다. 도어 안쪽에 숨긴 얇은 금속판이 핵심이다. 충돌을 감지하는 순간 가스의 압력으로 부풀어 올라 충격을 흡수한다. 차세대 사이드 에어백은 굉장히 두껍다. 따라서 부푸는 동시에 탑승객을 충격에서 먼 쪽으로 밀어낸다. 시트벨트가 부풀어 오른다든지, 서로 머리가 부딪히지 않도록 좌우 좌석 사이에서 터지는 에어백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선 2002년 이후 영업용 승용차와 승합차를 제외한 모든 승용차에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이다. 쏘나타와 아반떼, K7과 K5, 포르테는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달고 있다. 수입차는 인심이 더 후한 편. 폴크스바겐 골프는 소형차지만 에어백 7개가 기본이다. 볼보 C70은 오픈카인데도, 도어에서 위쪽으로 터지는 커튼식 에어백을 달았다.
 
연간 1억2300만 개 판매
에어백의 역사는 어언 반세기를 넘어섰다. 고체 추진체의 폭발로 부풀리는 에어백은 1968년 미국에서 선보였다. 시트벨트의 대안이었다. 반면 오늘날의 에어백은 시트벨트의 보조수단. 유럽에서 처음 개발됐고, 1980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처음 달았다. 에어백 숨긴 곳에 새겨 넣은 ‘SRS’란 알파벳 이 바로 ‘보조적 안전장치’의 머리글자다.

에어백은 연간 1억2300만 개 이상 판매된다. 세계 최대의 에어백 생산업체는 스웨덴에 본부를 둔 오토리브. 그 밖에 TRW, 델파이 등 수많은 다국적 부품업체가 에어백 시장에서 치열한 개발 및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현대모비스가 가장 크다. 2002년 에어백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누적 생산 2000만 개를 넘겼다.

에어백은 가속도와 충격을 감지하는 전자식 센서의 신호를 받아 질소로 부풀린다. 신호가 떨어진 지 0.08초 만에 완전히 부풀고, 0.1초 만에 쭈그러들기 시작해 0.33초 만에 완전히 빠져 나간다. 2차 부상을 줄이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은 터진 뒤 부푼 상태를 유지한다. 에어백이 터진 뒤엔 흰 가루와 연기가 휘날리기 때문에 환기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부품이 뜨거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손을 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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