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선 재일동포들 법정 투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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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오늘날은 한류가 일본 사회를 휩쓸고,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우상의 대상이 돼 있지만 이건 각종 차별에 맞서 끊임없이 싸워 온 재일동포들의 아픈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박인동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48·사진)가 최근 『일본 재판에 나타난 재일 코리안』(한국학술정보 간행)을 한국에서 번역 출판했다. 2008년 재일코리안변호사변회(LAZAK)에 소속된 재일동포 변호사들이 펴냈던 책이다. 당시 재일동포 변호사들은 일본의 중고생에게 그동안 여러 차별을 겪었던 재일한국인들의 역경을 알리려 이 책을 일본어로 출간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이건 한국의 젊은이들이야말로 꼭 읽고 가슴에 담아야 할 책”이란 생각을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이 책을 한글로 번역, 올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출간했다.

이 책은 1968년 2월 재일동포 김희로씨의 인질감금사건을 비롯한 지문날인 소송, 종군위안부 소송,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 대기업들의 취업제한을 둘러싼 소송 전말을 사건별 배경과 진행경과를 이해하기 쉽게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재일동포들이 민족차별과 국적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싸워 온 과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 왔는가에 대한 기록”이라며 “이 같은 경험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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