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군북초, 영어 등 특기적성과목 '세트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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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충남 금산 군북초등학교 영어교실에서 필리핀 출신 엘레나씨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전교생에게 특기적성교육을 네 가지씩 한꺼번에 실시하는 시골 초등학교가 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충남 금산군 군북면 군북초등학교 영어 교육실.방학중인데도 학생 10여명이 필리핀 출신 주부 엘레나(38)씨로부터 영어회화를 배웠다. 동요를 영어로 번역해 부르고 2명씩 팀을 구성, 날씨와 날짜 등을 서로 질문하고 답했다. 바로 옆 교실에서는 나머지 학생들이 첼로와 피아노를 배운다.

이 학교 전교생 37명은 4시간 동안 교실을 옮겨다니며 영어회화.컴퓨터.미술.음악 4가지 특기적성교육을 받는다.

3학년 최진선(10)양은 "하고싶은 것을 모두 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에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처럼 '왕성한' 특기적성교육을 학교에서 하게 된 것은 2003년 9월 김혁주(54)교장이 부임한 이후부터다.

그때만 해도 농촌지역인 이곳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그나마 컴퓨터 등 일부 과외를 받는 학생도 버스로 30분 거리의 읍내 학원까지 나가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김 교장은 도시 못지않은 특기적성교육의 기회 제공을 학교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영어 등 4과목을 정했다.

학교측은 영어교육은 원어민 엘레나씨를, 컴퓨터 과목은 인근 학원 강사를 초빙해 맡겼다. 또 음악 교과전담교사 1명을 채용했다. 첼로와 피아노 등 악기도 600만원어치 구입했다.

학생들은 음악교육비만 1인당 매월 1만원을 내고 있고 나머지 과목은 무료다.

이같은 교육의 결과 지난해 학생 5명이 워드프로세서 등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교육과정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다.

학부모 정유자(38)씨는 "자녀의 학원수강에 별 제약이 없는 도시지역 부모들이 이제는 하나도 부럽지 않다"며 흐믓해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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