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 '사자' 기관은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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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국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가들의 행보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상승 장세의 시동을 걸었던 국내 기관은 최근 들어 매수를 멈추고 이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해 연말 주식을 처분했던 외국인들은 지수 1000을 앞두고 주식을 다시 적극적으로 사모으고 있다.

17일에도 거래소에서 외국인들은 50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6일째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기관들은 12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3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돌아온 외국인=지난해 4분기 외국인들은 무려 2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주가의 향배를 불투명하게 보았던 데다 예상밖의 원화 강세로 환차익까지 얻자 차익 매물을 한꺼번에 쏟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지난 1월 858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매수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달 들어선 고삐를 더욱 세게 당기는 분위기다. 하루 평균 매수 규모도 1월보다 두배 가량 늘렸다.

특히 지난 10일 이후 돌출한 북한 핵보유 파장이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프로그램 매도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IT(정보기술) 종목을 중심으로 1000억원 안팎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런 행보는 국제 금융시장의 풍족한 유동성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대한투자증권 김무경 연구원은 "이달 초 미국 금리.유가.위완화 절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본들이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증시로 다시 몰리고 있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의 자금 유입도 활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이전처럼 한국을 최고의 성장시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최근 한국보다는 대만 증시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2월 중 외국인들이 대만에서 사들인 주식은 2조6000억원어치로, 한국에서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느긋한 국내 기관=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12월에만 1조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태도가 달라졌다. 이달들어 기관투자가들은 5000억원 이상의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들이 주가지수 1000시대 개막에 앞서 매매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매수 타이밍을 늦추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한다. 단기 조정을 맞아 주가가 출렁일 때 주식을 싸게 사들이기 위해 실탄을 확보해 두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행보가 본격적인 매도세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시각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위원은 "최근 기관이 내놓는 물량은 대부분 프로그램 비차익 매도에 따른 것"이라며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결국은 주식을 다시 사들여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재용.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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