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런포스펌프(Grundfos Pumps) 인사부 서종희(29.사진) 대리의 별명은 '부장 뽑는 대리'다. 서씨는 3년 전 입사하자마자 채용.승진과 관련한 인사 업무를 맡았다. 신입 사원은 물론 과장.차장까지 서류 심사를 하고 1차 인터뷰까지 전담한다. 부장급 이상도 1차 서류심사 권한은 서씨의 몫이다. 서씨가 1차로 걸러내면 사장과 해당 부서장.서씨 등 3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다시 심사한 뒤 사장이 낙점한다. 그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사담당 매니저'라는 직함에 걸맞게 전 직원의 고과 데이터까지 관리하고 평가한다.
입사 전 경력이라고는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계 은행에서 2년간 일했던 것이 전부인 서씨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오해를 사기도 한다. "혹시 사장 친인척이냐"고 묻는 동료도 있다.
이 회사 이강호 사장은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역할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라며 "대만 법인 등 다른 현지 법인에도 서 대리처럼 젊은 인사 담당 매니저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입사 후 지금껏 밤 1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다. 직원들의 직무 활동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일은 물론 관련 세미나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덴마크 비에링브로에 있는 그룹 본사에 가 인사담당자 연수도 받았다. 지난 2년여 동안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및 인사 관리를 공부했다. 그는 "이제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포스펌프=덴마크계 세계 최대의 펌프회사로 1945년 설립됐다. 펌프 한 제품으로 지난해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영국 버킹엄 궁전 등 세계의 대형 빌딩에 들어가는 수도시설 관련 펌프를 시공하고 있다. 한국 법인은 89년에 세워져 캐리비언 베이.타워팰리스.SK 사옥.삼성반도체 공장 등 대형.고층 건물에 펌프를 설치했다. 50명의 직원이 일하는 한국법인은 지난해 450억원의 매출에 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