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맛있는 나들이] 돈암동 '샌드위치 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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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쫓기는 이들에게 샌드위치는 안성맞춤의 먹거리다. 잠깐만 기다리면 훌륭한 식사가 준비된다. 볼썽사납기는 하지만 걸으면서 먹을 수도 있다. 보고서가 급하다면 한 입 베어 물고 키보드를 두드릴 수도 있다. 달리 패스트푸드이겠는가.

하지만 샌드위치의 또 다른 매력은 여느 패스트푸드처럼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재료가 드물다는 점이다. 대신 채소를 듬뿍 넣은 저칼로리 건강식이다. 웰빙 간편식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몸매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젊은 여성에게 더 인기다.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정문 근처에 '샌드위치 하우스(02-928-8450)'란 아담한 가게가 있다. 여대 앞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젊은 여대생들이 주 고객이지만 주변에 사는 꼬마들이나 샐러리맨도 자주 찾는다.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메뉴는 30가지가 넘는다. 에그.참치.햄.치즈.살라미.모짜렐라.토마토 등 속 재료가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값은 1900원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메뉴가 4500원.

만만한 가격의 모짜렐라&토마토 샌드위치(2900원)를 주문했다. 3분여만에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잘게 썬 양상추까지 두툼하게 담긴 샌드위치가 등장한다. 종이 포장지로 단단하게 쌌지만 한 입에 베어 먹기엔 약간 벅찬 기분이다. 양상추와 토마토의 상큼함에 모짜렐라 치즈의 부드러운 감촉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새콤하면서 매콤한 소스 맛이 강한 것을 보니 여성의 입맛에 맞춘 모양이다.

체다 치즈와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간 햄&더블치즈 샌드위치(3500원)는 구워내 따뜻하다. 식빵 사이의 모짜렐라 치즈가 피자처럼 끊어지지 않고 쭉쭉 늘어난다. 함께 들어간 토마토.양파.피망에 블랙 올리브가 묵직한 맛의 밸런스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포만감은 부족하지만 성장기 청소년의 영양 간식으론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음료는 콜라(600원).우유(1000원) 등도 있지만 생과일주스(2500원)를 권하고 싶다. 딸기든 토마토든 키위든 과일을 넉넉하게 사용해 스트로로 빨아보면 그 농도를 입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 가게는 남매가 주인 겸 주방장으로 일한다. 오빠인 남자 주인은 주로 바쁜 시간에 일하고, 여동생은 다소 한가한 시간에 근무한다. 오빠가 만들어내는 샌드위치는 강한 맛이, 여동생의 샌드위치는 푸짐한 것이 특징이라고. 그래도 두 사람 모두 인심이 좋아 "뚱뚱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하면 포동포동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호텔급 맛을 분식점 값으로 맛보는 매력은 있지만 현금만 받으므로 신용카드를 믿고 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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