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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인재들 ‘삼중고’로 한국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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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의 신혜경 상무는 얼마 전 “신규 사업을 관리할 외국인 인재를 찾아달라”는 한 건설업체의 의뢰로 적임자 물색에 나섰다.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40대 영국인을 찾았고, 한국 근무를 제안했다. 그는 처음에 “한국 시장은 성장성이 있을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얼마 뒤 “한국엔 가지 않겠다”고 답해왔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영국인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영국 친구들에게 물으니 말이 통하지 않아 주도적으로 일을 하거나 실적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오래 일해도 내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20만 명(올 7월 122만9461명) 시대다. 한국에서 취업한 외국인만 지난해 55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교수나 연구, 기술 지도 등을 위해 들어온 전문인력의 수는 올 7월 현재 4만4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외국인의 4%에 못 미친다. 그나마 전문인력 중 절반인 2만2000여 명은 영어회화 강사다.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봐서 한국은 외국인 전문인력이 모험을 감행할 만큼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다”고 말한다. 큰 걸림돌은 영어 소통과 자녀 교육 문제다. 활발히 능력을 펼치기엔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아이 학교 걱정에 편하게 머물 수 없다는 것이다. 신혜경 상무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한국이 3, 4년 일한 뒤 더 좋은 곳으로 옮길 만한 발판이 안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큰 마음 먹고 한국에 들어온 이들도 고민이 많다. 국내 한 철강회사의 인도인 연구원은 연 2000만원 안팎인 외국인학교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내와 딸을 인도로 보냈다.

지난해 2학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부임했던 멀리 데사이 교수는 9개월 만에 인도로 돌아갔다. 그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거나 학생 성적을 입력하는 일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복잡한 비자발급 절차도 문제다. 미국인 크리스틴(가명)은 “한국 기업 두 곳이 나를 뽑았다가 비자 받기가 어렵다며 결국 거절했다 ”고 하소연했다.

이런 문제점은 기업 문화와 사회 여건이 함께 바뀌어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머서코리아 박형철 대표는 “영어 인프라 등 근무 여건은 충분치 않은데, 뽑아놓고 2, 3년 안에 성과를 못 내면 계약을 해지하는 대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외국의 기술을 들여오고 그 국가의 시장을 파악하려면 외국인 우수인력 확충이 절실하다”며 “개별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공립학교 같은 사회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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