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의원투표·여론조사서 모두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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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후보의 당선이 결정되는 순간 대의원석에선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란색 막대 풍선을 흔들던 지지자들은 ‘손학규’를 연호했다. 2위를 기록한 정동영 후보는 살짝 미소를 띠었지만 3위 정세균 후보는 입술을 꽉 다문 채 먼 곳을 응시했다.

2010년 민주당의 선택은 ‘변화’ 그리고 ‘비호남’이었다.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란 핸디캡을 가진 수도권 출신의 손 후보는 당원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을 뿐 아니라 대의원 투표에서도 최고 득표를 했다. 비주류 연대체인 ‘쇄신연대’의 정동영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선 정세균 후보에게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선 손 후보에 이어 2위에 오르며 합계 2등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위원에 진입한 7명 중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후보 등 4명이 ‘쇄신연대’ 소속이다. 주류로 지도부에 진입한 사람은 정세균 후보뿐이다. 정세균 후보의 측근인 최재성 의원은 유일한 낙선자가 됐다.

봉합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몇몇 후보 측은 정확한 수치까지 들이대며 “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충조 선관위원장이 “날조”라고 경고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개표 결과 발표는 당초 예정시각(오후 5시10분)을 한 시간 정도 넘긴 뒤 이뤄졌다. 주최 측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언론은 공식 발표 이전에 손 후보가 당선됐다는 걸 알았고, 신속히 결과를 보도했다.

후보자 연설은 ‘빅3’ 후보 중 정세균-정동영-손학규 후보순으로 진행됐다. 정세균 후보는 “2년 전 공약대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며 대표 재임 시절 성과를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구축하겠다.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며 비주류 대의원들의 표심에 기대를 걸었다. 손 후보는 “국민이 좋아하고 관심 갖는 인물을 당 간판으로 내세워야 한다. 개혁과 진보, 중도까지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항마로서 존재를 부각시켰다.

정견 발표 중 정동영 후보는 대의원에게 큰절을 했고, 천정배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게 꽃을 돌려 눈길을 끌었다. 전대 열기가 과열되면서 정세균 후보의 연설 도중 다른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대의원 한 명이 무대 근처로 다가가 계란 2~3개를 던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계란은 정 후보를 비켜나 무대 윗부분에 맞았다.

이가영·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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