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 진영 대규모 집회 한 달 전 보수 결집에 맞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환경·인권·평화 단체 등 진보 진영은 2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보수 진영에 대항하는 집회를 열고 현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원을 다짐했다. 보수성향의 유권자 단체 ‘티 파티’ 등 보수 세력이 한 달여 전 군중 집회를 연 것과 똑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진보 진영 단체들이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민주당 지지와 진보 세력 결속을 촉구하는 ‘함께 일하는 하나 된 국가’란 이름의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이곳에선 ‘티 파티’ 등 보수 단체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함께 일하는 하나 된 국가(One Nation Working Together)’로 명명된 이날 집회에는 400여 개의 진보단체 회원과 일반시민 등 17만5000∼20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뉴스전문 케이블방송 MSNBC의 뉴스토크쇼 진행자 에드 슐츠는 “우리는 11월 2일 선거를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원해왔던 모든 것을 얻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기업이 아닌 국민을 위한 진보적 어젠다를 옹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노조 조직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은 “좋은 일자리와 좋은 교육, 정의 구현을 위해 오늘과 선거일에 여러분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민주당 후보를 지지) 해달라”고 주문했다. 흑인인권운동가 앨 샤프턴은 11월 선거를 중간고사에 비유해 “우리는 시험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행사가 8월 말 ‘티 파티’ 가 주도한 집회에 앞서 계획된 것으로 고용·교육·정의에 관한 진보진영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초당적 행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연설자들이 주로 민주당의 주장과 비슷한 발언을 하고 11월 총선 투표를 촉구한 점 등을 들어 이번 행사가 보수세력 결집에 대항한 진보 진영의 맞불 집회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티 파티’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기도 했다. 또 가수 겸 배우인 해리 벨라폰테와 제시 잭슨 목사, 친한파 찰스 랭글 하원의원 등이 집회에 참석했다.

앞서 8월 29일 같은 장소에서 ‘티 파티’ 등 보수 단체들은 여당인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고 보수 세력의 결집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집회 주최 측은 참가인원을 30만∼65만 명으로 추산했었다.

미국 중간선거는 다음 달 2일 실시되며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상·하원에서 상당수의 의석을 잠식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