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PO] “No Fear” 거인 춤추게 한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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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도 9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에 7-2 승리를 거둔 뒤 롯데 선수단은 숙소인 잠실의 한 호텔로 돌아갔다. 2차전이 열리는 다음날 새벽까지 호텔 로비에는 서성이는 선수들이 보였다. 구단 직원 일부도 축하주를 거나하게 마셨다고 한다. 이후 롯데는 3연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1년이 지난 2010년 9월 29일 롯데는 준PO 1차전에서 두산에 10-5로 이겼다. 경기 뒤 선수단 숙소에서 팀 내 고참 홍성흔은 후배들에게 짧은 한마디를 했다. “술 먹지 마라.” 주장 조성환은 30일 2차전을 앞두고 잠실구장 외야 선수단 미팅에서 “시리즈는 한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 더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그리고 롯데는 이날도 연장 10회 초 터져나온 이대호의 결승 3점 홈런으로 승리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와 불펜에서 오히려 두산을 압도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집중력의 힘이다.

롯데가 달라졌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입담이 좋은 선수인 홍성흔은 이번 준PO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준PO 미디어데이에서 “포스트시즌 승리는 우리 팀 구성원 모두에게 너무 간절하다. 뒤에 낭떠러지를 두고 있다는 생각으로 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No Fear(두려워하지 마라)’ 리더십은 선수들의 전의를 살리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주위의 우려를 딛고 3루수에 이대호, 유격수에 황재균, 좌익수에 손아섭을 선발 출전시켰다. 모두 수비 약점이 지적되는 선수들이다. 롯데의 라인업에서는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뛰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읽힌다. 일단 책임을 맡은 선수에겐 최선을 요구한다. 고열 증세에 시달리던 송승준을 1차전 선발투수로 낸 건 그런 의미다.

롯데가 초반 2연승을 거뒀지만 준PO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롯데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조성환은 “한국시리즈까지 가고 싶다. 우리 야구가 가을에 통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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