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대학 안 나와도 대접받게 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대한민국은 지금 대졸자가 넘쳐난다. 지난해 전체 고졸자의 83%가 대학에 진학했고, 전문계고 졸업자 진학률도 73.5%에 달했다. 너나없이 대학으로 몰리는 이유는 학력·학벌 위주의 사회 구조와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결정적이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가 큰 것도 원인이다. 문제는 과도한 학력 인플레가 대졸 실업자 양산(量産)에 따른 교육투자 낭비와 성장 잠재력 훼손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학력 인플레 문제를 해소하려면 선진국처럼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산업현장과 밀착한 전문 직업교육을 받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그제 전문계고 교장 20여 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전국공고교장회’ 임원인 이들 교장들을 삼성전자 수원공장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이 부사장은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톱클래스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회는 간판보다는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삼성이 먼저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한다. ‘학력 차별’과 ‘학력 인플레’가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학력보다는 기술과 기능을 중시하는 기업의 행태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입상한 전문계고 졸업자 수십 명씩을 뽑아 온 삼성전자는 올해도 120명을 뽑을 예정이다. 앞으로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계고 일반 졸업자로도 채용범위를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움직임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돼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자발적으로 고졸자 할당제(割當制)를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런 기업에 혜택을 주는 지원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계고도 진학이 아니라 본령(本領)인 취업을 위한 전문 직업교육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취업 기회 호소에 앞서 산업계 수요에 맞춘 실무형 기능·기술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는 게 먼저라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