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초·중·고 교장의 15%가 이런 식으로 수년간 특정 전세관광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교장은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민주당) 의원실이 2005~2010년 서울지역 초·중·고교 895곳에 근무했던 교장의 전세버스 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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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체 1709명의 교장 중 15%인 250명이 항상 같은 업체와 거래했다. 이들 가운데 82%인 205명이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한 해 동안 거래한 모든 계약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경우가 126건(50.8%)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계약건수의 90~99%를 한 업체에 준 경우는 10건(3.2%), 70~89% 83건(33.5%), 50~69% 31건(12.5%) 순이었다.
일부 교장은 학교를 옮겨도 특정 업체만 골라서 거래를 지속했다. 서울 마포구 C초등학교 P교장은 2007년 도봉구 S초등학교로 옮긴 뒤에도 S관광과의 거래를 끊지 않았다. C초등학교에서는 2년간 720만원, S초등학교에서는 4년간 5차례에 걸쳐 3000만원이 넘는 계약을 했다. 이런 식으로 특정 업체만 고집한 교장들은 대부분 업체 선정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독단적으로 계약했다는 얘기다.
독점 계약은 비리를 낳았다. 올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한 결과 서울지역 초·중·고 교장 114명이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초등교장은 111명이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587곳) 5곳당 1곳꼴로 뇌물이 오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경찰청에서 통보받은 114명 중 재직 중인 61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까지 16명이 징계조치됐다. 나머지 45명 중 5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10명은 지난달 직위해제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 1명당 8000~1만2000원. 버스 1 대당 하루 2만∼3만원’ 식으로 리베이트 액수를 정해놓고 있었다”며 “학생 1인당 수학여행비 15만원 중 15% 정도가 교장에게 전달된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수학여행 업체를 선정할 때는 조달청의 ‘나라장터(종합전자조달시스템)’를 이용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달에 몰린 수학여행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강제사항이 아니라서 비리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안 의원은 “교장이 권한을 악용해 독단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수 없도록 관련 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