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니라도 할 데 많다는 일방적 관계론 시장경제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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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을 향해 그간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대기업에 “대통령도 시장바닥에 가 사람들 만나고 뭘 도와주면 좋겠는지 생각해 미소금융(서민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만들어서 한다”며 “대기업 CEO들이 1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 하다 못해 10년에 한 번이라도 (중소 납품업체 사람들) 만나 ‘뭐가 어려우냐’ 이렇게 하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모여 (동반성장을 논의)하지 않아도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너 아니라도 할 데가 많다’는 일방적인 관계에서는 시장경제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향해선 “중소기업 자체도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전제하에서 동반성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 하시는 분이 ‘또 (대기업은) 환율 덕 보고 그렇게 (위기극복을 빨리) 했지’ 이렇게 말하더라. 나는 그 분에게 ‘(대기업이)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지, 그것(환율 덕)만 됐다고 하느냐’고 그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중소기업에 ‘시너지 효과’를 위한 인식의 전환을 당부했다.

그는 “서로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효과가 안 나올 때가 많다”며 “서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처음에 진정성이 없다가도 있는 것으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서로 잘한다’는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선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현대차 양승석 사장과 대아금속공업사 김철 사장, 롤팩 김금자 사장 등이 대표자로 나서 동반성장전략을 주제로 토론도 했다. 토론에 함께 참여한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려면 역량 있는 기업은 살아남고, 아닌 기업은 퇴출돼 역량 있는 기업에 자원이 흡수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동반성장이 일자리 창출과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조원 규모의 동반성장 기금 조성은 5대 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하고 30대 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를 처음으로 단문블로그인 트위터(BluehouseKorea)를 통해 생중계했다.

남궁욱 기자

동반성장 말말말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도 시장바닥에 가 사람들 만나고 뭘 도와주면 좋겠는지 생각해 미소금융(서민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만들어서 한다.

중소기업 자체도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전제 하에서 동반성장이 될 수 있다.

서로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효과가 안 나올 때가 많다…서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처음에 진정성이 없다가도 있는 것으로 나가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서로 잘한다’는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려면 역량 있는 기업은 살아남고, 아닌 기업은 퇴출돼 역량 있는 기업에 자원이 흡수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제 대·중소기업 간 상생은 대기업 마음먹기에 달렸다. 특히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동반성장 추진점검반장을 맡기로 한 만큼 실효성 있는 감시기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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