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겪은 미국, 지금도 북한 잘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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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해외에 미국 군사기지가 자리를 잡게 하고 미국을 세계의 경찰국가로 만든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한국전쟁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사진)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펴낸 『한국전쟁(The Korean War)』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 책은 288쪽 분량으로 1981년 출간된『한국전쟁의 기원』의 증보판 격이다. 커밍스는 이 책의 서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6·25전쟁의 전개과정에 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이 전쟁이 미국의 글로벌 정책에 미친 영향 등을 담았다. 하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규정은 앞선 책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전쟁은 45년 이후 해방공간에서 형성된 한국 내부의 모순에서 비롯된 ‘내전’”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커밍스는 한때 국내에서 남침을 강조하는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80년대에는 그의 책이 ‘금서(禁書)’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커밍스는 신간의 결론에서 “한국전쟁의 비극은 전쟁 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밍스는 이 책에서 “미국은 전쟁 당시 북한을 제대로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을 쓰게된 동기에 대해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이 한반도에서 3년간 발생한 전쟁으로만 단순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 책은 미국인들의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서평면에서 “커밍스는 많은 연구를 했고, 훌륭한 사료를 발굴했다”면서도 “그의 통찰력은 북한체제를 변명하는 경향 때문에 명성이 훼손됐다”라고 지적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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