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머니볼’ 이론과 보육예산 퍼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경기장은 확 가라앉았다. 홈 팬들은 말문이 막혔다. 이때 드라마의 반전이 시작됐다. 9회 말 에이스의 대타로 나온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방출됐던 스캇 해티버그. 그는 원래 포수였지만 오른쪽 팔꿈치 신경이 끊어져 더 이상 홈플레이트를 지키기 어려웠다. 타율도 약해 어느 팀도 거들떠보지 않던 퇴물 선수였다.

에이스 구단은 달랐다. 해티버그의 인내심에 주목했다. 비록 그는 안타를 많이 치지는 못해도 나쁜 공에는 손을 대지 않는 능력이 탁월했다. 볼넷을 많이 얻으니 출루율이 리그 평균보다 2푼5리나 높았다.

가난한 구단인 에이스는 몸값이 싼 이런 선수를 찾아내고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팀을 꾸렸다. 결과는 대성공. 해티버그는 이날 투수의 공을 잘 고른 뒤 끝내기 홈런을 때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게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던 에이스 구단의 ‘머니볼’ 스토리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딱 맞는데, 최근 이상한 선택과 집중이 나왔다. 2011년 ‘서민희망 예산’이 그것이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핵심 과제를 중점 지원한다’면서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보육료 전액 지원’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계층’이 놀랍다. 4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외벌이는 450만원, 맞벌이는 600만원 이하다. 이런 가정에 월 38만3000~17만2000원을 그냥 준다. 영유아를 둔 가구의 70%가 혜택을 본다. 올해는 50% 가구(월소득 258만원 이하)만 지원했다.

이렇게 내년에 보육 지원에 들어갈 예산은 올해보다 20.1%나 늘어난 3조2680억원이다. 전체 예산 증가율(예상치 5%)의 4배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 등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소득이 7200만원이나 되는 중산층이 보육료가 없어 아이를 기피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라 살림은 매년 적자고, 나랏빚은 쌓이는데 퍼주기는 끝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대해 ‘지속가능한 건전재정 유지를 통해 포퓰리즘 지원과 차별화했다’고 주장했다.

2002년 에이스 선수들의 총연봉은 42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최하위권이었다. 이런 팀이 흙 속의 진주 같은 선수를 찾아내 103승59패라는 최고 기록을 냈다. 나랏돈도 이처럼 알뜰히 아끼면서 필요한 곳에 제대로 써야 한다. 이게 후손을 위한 도리이기도 하다.

김종윤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