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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여자월드컵] 새 역사 쓴 최덕주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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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마디로 그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중앙대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1984년)과 포항(85년)에서 단 두 시즌을 뛰었고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태극마크는 근처도 가지 못했다. 86년 독일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듬해 일본 실업팀 마쓰시타전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서른 살에 유니폼을 벗고 일본에서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 주로 고등학교와 실업팀을 이끌었다. U-17 여자대표팀 최덕주(50·사진) 감독 얘기다.

2005년 국내로 돌아온 그는 2007년 축구협회 전임지도자가 됐고 지난해 17세 이하(U-17)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로는 그저 그랬지만 지도자로서는 달랐다. 그는 첫 대회인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방콕)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26일(한국시간) 북중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U-17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우승 소감을 전해 왔다.

-우승 소감은.

“꿈만 같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다. 여민지·김다혜·심단비(GK) 등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 주역들이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해 걱정이 많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력을 보여줬다.”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란 큰 영광을 안았는데.

“선수들이 훌륭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지도자가 이 선수들을 가르쳤더라도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 좋은 감독이다.”

-결승전을 돌아본다면.

“첫 골을 빨리 넣어 오늘 경기는 좀 괜찮겠구나 생각했다. 이후 쉽게 두 골을 허용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전반 종료 직전 (김)아름이의 멋진 골로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었다.”

-오늘 경기는 용병술이 빛난 것 같다.

“(이)금민이가 피로 때문인지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일찍 교체했다. 대신 오른쪽 수비로 백은미를 투입하고 원래 팀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는 장슬기를 이금민 자리로 올렸다. 또 후반 이소담이 교체해 들어가자마자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어줬다.”

-한국을 떠나기 전 우승하겠다고 한 말이 현실이 됐다.

“4강은 예상했지만 우승할 줄은 몰랐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이기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살아난 것 같다.”

-승부차기 때 특별한 전략은 있었나.

“별도의 지시는 하지 않았다. 연습한 대로 차분히, 자신 있게 차라고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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