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한국엔 기회일 수도 …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가 유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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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차세대 자동차인 친환경차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기술표준을 선점하거나 최소한 발빠르게 이를 따라갈 수 있는 정도의 기술력은 축적해야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 국립 아르곤연구소의 이경욱(47·사진) 수석연구원은 발빠른 연구를 통한 ‘선점’을 강조했다. 1946년 설립된 아르곤연구소는 원자력 등 에너지와 테러 대비 보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내연기관(엔진) 전문가인 이 수석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지식경제부와 공동으로 ‘친환경 자동차 기술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자동차 기술은 미국 등과 비교해도 생산기술은 80%, 연구개발(R&D)은 70~80% 수준까지 따라잡았다”며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확 바뀌는 친환경차 개발 경쟁은 한국에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100% 전기차’로 갈지, ‘하이브리드차’로 갈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최종 목표로 여기지만, 지금의 차량용 배터리 수준으로는 당장 이를 실용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적어도 5~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휴대전화처럼 충전해서 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중간 단계의 제품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1%를 점유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차보다 전기차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유리할 것이란 조언도 했다. 그는 “어느 나라 업체도 일본 도요타가 선점한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뒤늦게 연구하길 원치 않는다”며 “클린디젤과 가솔린 엔진 연구에 주력하면서 여기에 전기차 연구를 병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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