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들에 못다한 사랑 모교 후배들에게 베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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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들 하나를 하늘나라로 보낸 대신 열 명의 새 아들을 얻은 셈이지요."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에서 '고려수산'을 운영하는 김종태(57)씨. 그는 지난해 1월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 열 명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1년반 전 숨진 외아들 병희(당시 29세)씨를 기리기 위해서다. 병희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이던 2003년 가을 아버지 일을 도우려고 새벽시장에 나왔다가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김씨는 당시 아들의 영정 앞에서 "네게 못다 준 사랑을 후배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뒤 병희씨의 모교인 전주고 2, 3학년생들을 소개받아 학비 전액(분기별 30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너 달에 한 번씩 함께 식사하면서 용돈도 쥐어줬다. 이에 학생들도 김씨를 "아버지"라 부르는가 하면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와 고마움과 감사를 표한다고 한다.

병희씨가 졸업한 중앙초등학교의 결식 아동 10명에게 1년째 점심값(월 30만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기도 한 김씨는 "아들의 죽음이 더 큰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것 같다"며 "능력이 되면 장학사업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말연시가 되면 자신이 사는 서학동.풍남동 지역 영세민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쌀 10㎏짜리 200~300포대를 돌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 집을 방문해 연탄을 들여놓기도 한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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