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이사 절반은 내국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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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 은행의 이사회에서 외국인 이사 비중을 절반 이하로 제한하려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제일은행에 처음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할 때 이사의 절반 이상을 내국인으로 선임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은행의 이사 숫자를 강제할 관련 법규가 없어 영업 양수도 심사 과정에서 SCB 측에 권고할 예정"이라며 "SCB도 현지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은행이 국내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는 은행인 만큼 내국인 이사의 수를 절반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SCB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인 이사 제한을 차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도입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제일은행은 현재 16명의 이사 중 13명이 뉴브리지캐피털 등과 관련 있는 외국인이며 내국인은 3명뿐이다. 씨티그룹이 대주주인 한국씨티은행은 이사 13명 중 8명, 2003년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은 이사 9명 중 6명이 외국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외국계 은행에 대한 감독 효율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의원 21명은 지난달 27일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임원으로 선임된 뒤에도 계속 거주하지 않으면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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