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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유래’와 ‘유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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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의자왕 때 ‘백제는 만월(滿月), 신라는 반달’이란 글이 새겨진 거북 등이 발견됐다. 점술가는 달이 차면 기울 듯 백제는 쇠퇴하고, 신라는 점점 융성해진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후 반달은 더 나은 미래를 상징하게 됐고, 송편도 그래서 반달형으로 빚게 됐다.”

이 얘기에 제목을 붙인다면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게 된 유래’라고 해야 될까, ‘유례’라고 해야 될까? 두 단어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때는 ‘유래(由來)’가 어울린다.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내력을 이르기 때문이다. “한가위의 유례가 깊다” “추석의 유례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유래’를 잘못 사용한 것이다.

‘유례(類例)’의 쓰임은 다르다. 유례는 ‘같거나 비슷한 예’ ‘이전부터 있었던 사례(前例)’라는 뜻이다. “우리의 전통 떡은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만큼 독특한 음식이다” “최장 9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며 관광업계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에서 사용된 ‘비슷한 예’나 ‘전례’는 모두 ‘유례’로 바꿔 써도 의미가 통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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