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준 것보다 받은 것을 기억하는 추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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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호 02면

우리는 추석에 뭔가를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고민한다. 정치권은 추석 민심이 어디로 기울지 궁금해한다. 날씨, 영화, TV 프로그램 같이 그저 궁금거리로 그치는 것도 있지만 후유증을 남기는 걱정거리도 많다. 얇은 지갑, 귀성·귀경길 교통 대란, 물가·주식 전망이 다 걱정거리다. 취업·결혼에 대해 친지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지도 걱정이다. 추석에 해외 여행을 갈지 성형 수술할 지 고민하기도 한다.

우리는 추석을 맞아 걱정·고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추석 문화는 세계화 시대, 다문화 시대나 녹색 성장 시대에 적응해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에 시집 온 외국인 새댁들이 추석을 당황하지 않고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지방자치단체들이 마련했다. 대구에 있는 대학들은 추석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송편·윷놀이·제기차기·태권도·한복과 같은 한국 전통문화 요소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환경부와 민·관 협력 환경 운동 기구인 그린스타트네트워크는 ‘녹색명절의 지혜-한가위’라는 친환경 지침을 마련해 홍보하고 있다. 지침에 따라 추석 당일 100만 가구가 사용하지 않는 가전 기기의 플러그를 뽑으면 61만kW의 에너지 절감과 258t의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소나무 9만3036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경제 속도로 운전하며 급가속·급감속을 피하면 30~40% 연비 개선 효과로 대기오염물질을 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추석이 국제사회의 흐름과 만났을 때 당면하는 과제 중 하나는 국제적인 문화 갈등이다. 지난해 9월 중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중국 조선족 농악무’를 등재했다. 한편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2005년 선정돼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들은 한국이 중국의 단오절을 훔쳤다는 것이다. 일본의 쓰키미(月見), 중국·베트남의 중추절(仲秋節)은 추석과 마찬가지로 음력 8월 15일에 쇤다. ‘문화 전쟁’과 ‘문화 평화’의 갈림길에서 추석에 필요한 것은 원형의 보존과 복원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놀이·거북놀이·줄다리기·강강술래놀이·씨름과 같이 추석에 행해지던 공동체 놀이들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추석이 세계와 만났을 때 경쟁심이나 긴장감만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추석의 정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추석은 수확제(harvest festival)다. 영국·인도·아프리카·이스라엘 등 세계 도처에서 이어져온 수확제의 공통 분모는 나눔과 감사다. 인류는 수확제 기간에 가난한 사람과 음식을 나눴고 자연과 조상과 부모와 식구들에게 감사했다.
추석은 무엇보다 감사와 나눔의 명절이다. 준 것보다 받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나눌 일을 먼저 생각하는 추석의 마음을 생각하면 고민·걱정이 절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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