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년 만에 외환시장 직접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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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엔화 초강세에 놀란 일본이 15일 결국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일본 정부가 시장에서 직접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건 2004년 초 이후 처음이다. 6년여 만의 ‘무력시위’로 일단 급속한 오름세는 막았다. 하지만 일본의 단독 개입만으로 엔고(高)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이뤄졌다. 전날 집권 민주당의 대표 경선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에 승리하자 엔화 값은 급등세를 탔다. 간 총리가 오자와에 비해 시장 개입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2.92엔으로 급등세를 탔고, 이어 15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82.80엔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개입 소식이 알려지며 엔화는 달러당 84엔대 후반으로 급락했다. 반면 엔고에 눌려 있던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상승세로 방향을 틀며 2.34% 상승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최근 외환 동향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간과할 수 없었다”면서 “계속 시장을 주시하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개입을 포함한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도 담화를 통해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추구하는 동시에 시장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이번 개입의 효과가 오래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우선 물리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구체적인 개입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2000억~3000억 엔으로 보고 있다. 하루 엔-달러 거래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미국과 유럽 경제에 드리워진 불안감이 걷히지 않는 한 달러와 유로를 버리고 엔화 자산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줄기 어렵다.

또 미국과 유럽은 자국 통화 가치의 절하로 손해 볼 게 없어 사실상 엔고를 방관하고 있다. JP모건의 사사키 도루 수석연구원은 “일본 단독으론 엔고를 막을 수 없다”며 “중기적으로 통화가치의 방향이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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