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사 최고령 이창근씨 병마 이기고 일흔에 학사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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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사 시험일과 눈 수술이 잡혀 있는 날이 겹쳤어요. 말리는 아내와 의사의 눈을 피해 도망쳐 나와 쏟아지는 비를 뚫고 시험을 보러 갔었죠."

4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3회 독학학위 수여식에서 최고령 합격자로 특별상을 받은 이창근(70.국문.사진)씨. 고령으로 인해 귀도 잘 안 들리는 데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쪽 눈에 이상이 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심지어 학위취득종합시험을 치를 때는 머리에 침을 꽂고 시험을 보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날 학위를 받은 독학사는 603명. 이씨 못지 않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이색 합격자들도 많다.

생활보호대상자로 공공근로를 하는 신학선(47.컴퓨터과학)씨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부서에서 일했던 신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때 퇴직한 뒤 거듭되는 실패로 공사판 일용직을 전전하고 임시 급식소를 찾기도 했다. 절망에 빠져 있던 신씨를 일으켜 세운 것이 독학사였다.

이 밖에도 중국동포인 정금화(33.여.영문)씨와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간호하면서 공부를 마친 최순남(57.여.경영)씨도 학사모를 썼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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