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신임 교육부총리가 해야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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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전 경제부총리가 교육부총리로 임명됨에 따라 일부 교육계와 시민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교육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신임 교육부총리가 앞으로 교육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교육전문가만이 교육부총리가 돼야 하는지다.

공교롭게도 건국 이래 최근까지 거의 교육전문가나 교육현장에서 종사하던 사람들만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임명돼 왔다. 그러나 그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교육부 장관이 교육계에서만 오다 보니 역대 교육부 장관은 늘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이익부터 챙기게 됐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교육산업은 교육의 수요자인 일반 국민의 이익보다 오히려 공급자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정부 주도의 거대한 독점산업으로 운영돼 왔다.

어느 산업이나 독점화하면 수요자의 이익이 희생되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마저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다 보니 이른바 '기러기 아빠'라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고등교육의 경우 우리 수준이 높지 못하다 보니 최고학부 교육을 받으려면 으레 외국에 가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 됐다.

이에 더해 국내 교육의 질적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공교육비만 해도 우리나라 GDP의 8.2%나 되며 여기에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10%가 넘는다. 다시 말해 우리 교육산업은 고비용 저효율 산업이다.

우리 교육의 현황이 이러함에도 교육전문가만이 교육부 장관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에는 무리가 있다. 차제에 우리 교육을 공급자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교육부총리가 필요하다. 그러면 신임 교육부총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이는 크게 말해 네 가지다.

첫째는 교과내용의 개혁이다. 신임 교육부총리는 기존의 잡다한 교과를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교과내용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 교육부총리의 둘째 과제는 바로 우리 교육산업 전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다른 나라보다 질적으로 낮은 교육을 제공하면서 OECD 어느 국가보다 GDP 대비 교육비를 많이 쓰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교육부총리의 셋째 과제는 우리 교육의 철저한 개방이다. 어느 산업에서나 효율을 높이려면 경쟁을 도입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료와 정원에 대한 규제를 완전 폐기해 모든 교육기관의 자율적인 운영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최근 들어 정부는 일부 경제특구에서만은 학교 설립, 교과내용 등을 자유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을 경제특구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교육부총리의 또 하나의 과제는 대학교육 수준을 하루빨리 높이는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대학들도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는 정부가 제공하는 연구보조비를 철저히 실적 위주로 배분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교육부총리가 해야 할 일이 이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것인 만큼 대통령도 교육부총리에게 많은 힘을 실어줘 이번에는 진정한 교육개혁을 이루기 바란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