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교조 시국선언은 명백한 정치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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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정한익)는 13일 지난해 6~7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53) 위원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시국선언을 주도하거나 참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교사와 정헌재 전 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포함한 공무원 등 나머지 32명에겐 벌금 70만~2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단독재판부가 아닌 단독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정합의부를 구성해 재판했다.

재판부는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특정 정치 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사 표현 행위”라며 “이는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이 금하는 집단 정치활동”이라고 밝혔다. “시국선언은 전교조가 단순히 민주화를 촉구하고 현 교육정책을 비판한 수준에서 그친 게 아니라 미디어법·4대강사업·촛불시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특정 사건에 대해 언급한 명백한 정치활동”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현 정부를 군사독재 정권에 비유하는 등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과 혼란을 유발시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전교조의 강령이 교육에 국한된 점을 지적한 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것이 강령 취지에 맞는 행동인지 생각해 보라. 교사의 수업권만큼 학생의 학습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이례적으로 당부했다.

정 위원장 등은 지난해 집단행동을 금지한 법 규정을 어기고 교사·공무원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전교조 시국선언문에는 ‘민주주의의 싹이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독재를 민주주의라고 가르칠 수밖에 없었던…’ 등과 같은 문구가 들어 있었다.

앞서 각 법원의 1심 재판부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에게 유무죄가 엇갈리는 판결을 했으며 항소심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4건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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