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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lace 뜨는 상권 현지 르포] ⑩ 청주 산남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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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청주=최지영 기자

청주시는 상권의 변화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 고객들이 뜨는 상권을 찾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산남동 상인연합회 간사를 맡고 있는 ‘구박사 소곱창구이’ 구진회 대표는 “청주에선 ‘개업하면 손님들이 잔칫집 다니듯 한다’는 말이 자영업자들 사이에 돈다”고 말했다. 잔치 열리는 집만 골라서 가듯, 고객들이 새로운 상권만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대형 공장과 터미널이 밀집해 있어 유흥가가 발달한 복대동이나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성안길 상권에 이어 요즘 막 뜨기 시작한 상권이 바로 산남동이다.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은 소득수준이 높은 거주인구에 새로운 관공서 이전으로 유동인구까지 확보한 복합 상권이다. 산남지구라는 택지지구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처음엔 다세대주택 등이 대부분인 일반 주택가였다. 하지만 2007년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하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어 청주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2008년), 교육청(2009년)이 잇따라 옮겨 오면서 상권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현재 6650가구(2만여 명) 중 아파트 주민이 5000가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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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클린 이미지가 강점=산남동은 물론 청주 전체에 아직 백화점은 없다. 산남동에 개점한 대형마트도 지난해 10월 문을 연 농협 하나로클럽이 유일하다. 삼성전자 디지털 플라자와 LG전자 매장은 모두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점 축하 이벤트를 벌이고 있을 정도로 이제 막 조성되기 시작한 갓난아기 상권이다.

두꺼비 집단서식지로 확인된 검찰청 앞 원흥이 방죽을 중심으로 3만6000여㎡ 규모의 ‘두꺼비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두꺼비 생태공원이다. 올 5월엔 처음으로 공원 앞 찻길을 막고, 지역주민들 주도로 ‘원흥이 생명한마당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청주시 산남동 동사무소 김종관 계장은 “축제 때는 청주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다”고 말했다. 산남중·고교와 샛별초등학교 등이 밀집한 ‘학교 정화구역’이라 유흥업소가 들어서지 못해 전체적으로 클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산남로 대로변의 한 옷가게를 찾은 주민 박수희(31)씨는 “성안길만큼 패션 로드숍이 많지는 않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며 “집 주변에서 걸어다니며 쇼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미란(34)씨는 “이곳처럼 녹지환경과 쇼핑타운이 조화를 이룬 곳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남로 대로변은 소형 패션 가구점과 음식점 등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고, 검찰청과 교육청, 법원 앞에는 대형 음식점들이 포진해 있다. 훼미리마트 김경직 대리는 “패션 로드숍으로 유명한 성안길은 밤에 썰렁하고, 복대동 근처는 밤에만 흥청대는 데 비해 낮밤 고르게 고객이 많다는 것이 산남동 상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교통 불편과 대체 상권 부상은 숙제=산남동 상권은 교통이 다소 불편한 편이다. 관공서를 찾는 일반인과 공무원, 아파트 주민이 아니라면 단지 쇼핑이나 먹고 즐기기만을 위해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자가용으로 접근하긴 좋지만 버스 노선은 4개뿐이다. 막 번화하기 시작한 갓난아기 상권이다 보니 검찰청과 법원 근처 대형 건물에 아직 입점 업체를 찾지 못한 빈 공간이 많다. 이들 건물 곳곳에 입주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또 경쟁 상권인 복대동 대농공장 터에 대형 복합쇼핑몰 G웰시티가 들어서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G웰시티에 현대백화점이 2012년 문을 열 예정으로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다.



◆ 11회는 원주의 뜨는 상권인 단계동을 소개합니다



상권 초기 터줏대감 … 아파트 단골 고객 북적
[랜드마크] 던킨도너츠 청주 산남점

청주 산남동 산남로 길가 대로변에 자리 잡은 던킨도너츠 청주 산남점. 2007년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할 때부터 문을 연 이곳 상권의 터줏대감이다. 지금은 카페베네·할리스·엔젤리너스 등 경쟁 점포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지만 2007년 오픈했을 때만 해도 청주지방검찰청과 청주지방 법원을 찾는 시민들, 그리고 아파트 단지 고객들의 발길을 독점했다. 던킨도너츠 사업본부 이승희 팀장은 “상권 개발이 시작됐을 때부터 일찌감치 이곳에 터를 잡은 데다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사거리 코너에 자리 잡아 한눈에 들어오는 점 때문에 이 지역 랜드마크로 뽑힌 듯하다”고 말했다.

오피스 상권인 동시에 주거 상권인 점이 이곳의 장점이다. 오전 11시~오후 7시 사이에 매출의 70%가 발생한다. 하루 300~400명의 고객이 찾는데 한 달 매출은 2700만원 정도로 청주의 던킨도너츠 매장을 통틀어 톱3 안에 든다. 이곳을 찾은 주부 박상미(32)씨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들과 만나 함께 도너츠와 커피를 먹기 위해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주부 층이 고객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고객의 3분의 1 정도는 유모차를 끌고 오는 30대 초반 젊은 주부들. 던킨도너츠 산남점 단골들은 커피 맛에 일가견이 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민원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청주에서는 만나기 힘든 외국인들이 하루 5~6명꼴로 꾸준히 찾는다는 점도 이채롭다. 던킨도너츠 손승권 주임은 “외국인들은 인근 아파트 단지 상가에 많이 있는 영어학원 강사와 그 가족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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