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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뛰면 그 매력 다 못 봐요~ 쉬엄쉬엄 올라가고 둘러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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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표시판.

바야흐로 ‘걷기’ 전성시대다. 제주 ‘올레길’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와 유사한 기획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걷기의 매력에 빠지면서 ‘걷기 좋은 길’에 관한 정보도 넘쳐난다. 건강, 관광, 스트레스 해소 등 이유는 여러 갈래지만 걷기를 통해 사람들은 마음의 휴식과 행복감을 얻는다.

오두환 객원기자

지리산 둘레길은 다랑논과 아늑한 숲길 등 멋진 풍경으로 등산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44㎞가 지난 8월 31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산자락을 휘감는 두 개의 동심원 형태다. 이번에 개통되는 구간은 북한산 지역으로 우이동~정릉~은평뉴타운~북한산성~고양시 효자동~우이동을 잇는 총 연장 44㎞다.

여기에는 전망대 9곳과 벤치 등 쉼터 35곳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수유지구 빨래골 구간에 설치한 높이 12m의 구름전망대와 은평구 구기터널 상단지역 계곡을 횡단하는 60m 길이의 스카이워크 등 전망대는 주변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통되는 구간 가운데 우이령길~정릉~은평뉴타운(27㎞)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서울시 업무협약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트레킹서클 노선 일부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나머지 둘레길 구간인 도봉산 지역 26㎞도 올해 말까지 노선설계를 거쳐 내년 상반기 공사를 완료해 일반에 개방할 계획이다.

경기 DMZ 트레킹 코스

지난 5월 DMZ 트레킹 코스가 개통됐다. 총 길이 182.3㎞로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잇는 길이다. 이 길은 논둑·밭둑·강둑·오솔길 등의 자연 상태를 살린 걷기 좋은 길을 테마별로 연결하는 걷기 코스다.

DMZ 트레킹 코스는 김포시 3개 코스(38.4㎞), 고양시 2개 코스(25.4㎞), 파주시 4개 코스(56.3㎞), 연천군 3개 코스(62.2㎞) 등 모두 12개다. 1개 코스당 8∼21.8㎞로 평균 거리는 15㎞ 정도다. 성인 기준으로 3∼7시간을 걸어야 한다. 코스 주변엔 임진강 둑길과 철새 도래지, 김포평야, 태풍 전망대, 행주·임진나루 등 안보·생태·문화관광 명소가 많다.

대명항에서 출발해 덕포진을 지나 문수산성에 이르는 경기도 김포시의 서부전선 군부대 순찰로.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민통선 철책선을 벗삼아 걸으며 분단의 아픔과 현실을 체험해 보자.

휴전선과 가까운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철책선 안에 있는 아름다운 조강포 전경을 바라보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우도 트레킹

소가 드러누운 모습으로 떠 있는 우도는 초원과 돌담·등대 등 가장 제주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하얀 모래의 서빈백사와 우도 속의 섬 비양도,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우도봉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나 골목골목 들어선 돌담길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데 두 발만큼 좋은 교통수단이 없다.

우도 올레로 불리는 트레킹 코스는 대부분 해변을 따라 걷는다. 걷다 보면 쪽빛 바다에 멈춰 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자주 마주친다.

우도 올레는 총 16.1㎞로 천진항을 출발해 쇠물통 언덕-서처진동-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하우목동항-오봉리 주흥동 사거리-답다니탑-하고 수동 해수욕장-비양도 입구-조일리 영일동-검멀레 해수욕장-망동산-우도봉 정상-돌칸이를 돌아 다시 천진항으로 돌아온다. 4~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섬 전체를 걷는 게 부담된다면 우도 순환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제주도 올레길

제주 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비싸다거나, 한두 번 가봤으니 볼 것 없다고 하는 이야기는 이제 융통성 없는 사람에게서나 들을 법하다.

제주 올레길은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해야 제맛이다. 올레는 본래 마을의 큰길에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지금은 자동차로부터 되찾은 사람의 길을 폭넓게 일컫는다.

2007년 9월 첫 코스가 탄생한 이래 최근 개장한 추자도 18-1 코스까지 제주 올레길은 모두 21개 코스가 됐다. 코스마다 제주올레사무국에서 정해놓은 난이도가 다르지만, 대체로 네댓 시간에서 대여섯 시간 소요된다.

올레길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해,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길이다. 외돌개를 출발해 법환포구를 경유,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7코스에는 올레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가 있다.

제주 올레길은 이정표가 비교적 잘돼 있지만, 사전에 제주 올레 홈페이지(www. jejuolle.org)를 통해 코스 정보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개통된 70㎞에 덧붙여 130㎞의 새 구간에 대한 노선 조사와 정비사업이 가을에 마무리될 계획이다. 200㎞의 국내 최장거리 도보 트레일이 올해 안에 그 윤곽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을은 지리산의 어느 곳을 걸어도 다 좋으니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등구재로 넘어가는 길이 돋보인다. 다랑논도 볼 수 있고 실상사 작은 학교 뒷산과 갤러리 ‘길섶’을 지나는 숲길들이 아늑하다.

남원과 구례를 이어주던 밤재 옛길도 원시림처럼 변해 숲 그늘이 좋으며, 밤재 정상에는 정자와 화장실, 그리고 수도까지 설치돼 있어 식수뿐만 아니라 시원한 물로 세수를 할 수도 있다. 또한 하동군 악양면의 평사리 들녘에는 허수아비축제가 열리니 이 또한 장관이다.

한겨울의 눈 쌓인 대나무 숲을 보려면 하동군 적량면이나 옥종면 궁항리 구간을 가면 된다. 지리산의 동남쪽이니 남원이나 구례 구간보다는 바람도 덜하고 훨씬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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