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부부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명절증후군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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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명절에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새내기 부부에겐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알쏭달쏭하다. 명절 때마다 싸운다는 선배 부부들의 푸념에 은근히 걱정도 된다. 이러한 새내기 부부를 위해 결혼 선배와 전문가들이 명절증후군 대처법을 귀띔했다.

아내의 고민 ① 돈 잘 버는 형님은 늦게 와도 되고, 나는 아침부터 일을 하라니….

“나와 동서를 대하는 시어머니의 태도가 불합리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이때 무조건 참지 말고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단, 따지는 듯한 강한 말투가 아니라 부드럽고 공손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어른에겐 공경 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며느리가 예의 바르게 의견을 말하면 더 쉽게 받아들인다. 시어머니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갈등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

“의사인 형님은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전날 저녁에야 시댁에 나타난다. 반면 나는 명절 전날 아침부터 시댁에 가 일을 도맡아 한다. 나 혼자 일을 하는 게 당연시되는 것 같아 시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불만을 털어놨다. 이후 시어머니가 나를 배려해주는 게 느껴졌다.‘해라’라는 시어머니의 명령형 말투도 줄었다.”

-결혼 14년차 주부 이민경 (44서초구 양재동)

아내의 고민 ② 추석 연휴, 친정 나들이는 언제쯤?

“일에 치이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을 신경 쓰다보면 두통과 소화불량 등이 생긴다. 여기에 전통적인 성 역할이 강요되면 화가 치솟게 된다. 이럴 땐 시어머니의 이해를 구하는게 필요하다. 명절에만 만나서 대화를 하면 이해의 폭이 좁아 오히려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면서 시어머니의 고정 관념을 깨도록 한다.”

-중앙대용산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

“차례를 지낸 후 친정에 가려고 나서는데 시어머니의 눈치가 보인다. 시누이 부부를 보고 가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남편이 슬그머니 주저 앉는다. 나도 부모, 형제가 보고 싶은데 시댁 입장만 우선시 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렇다고 시어머니나 시누이에게 따질 수도 없어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은 연휴가 짧아 시댁·친정을 다 들르기 어려울 것 같으면 친정은 한 주 전이나 후에 간다.”

-결혼 11년차 주부 박선영(39분당구 야탑동)

남편의 고민 ①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고부 갈등은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내의 행복=남편의 행복’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이면 부부 관계가 한결 편해진다. 시어머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이 어루만져주면 그걸로 족하다. 명절 연휴 중 하루만이라도 자존심을 버리고 아내의 머슴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오히려 아내가 명절이 오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행복 강사 최윤희

“시댁에 최대한 늦게 가거나 혹은 가지 않기를 원하는 아내와 ‘늦게 왔다’며 현관에서부터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 어머니를 못 마땅해하는 아내가 달갑진 않지만 아무 일없이 무사히 본가에 가는 것이 우선이다. 본가에 가서도 툴툴대며 어머니를 대하는 아내가 계속 신경 쓰인다. 화가 나도 일단 참고 명절을 지낸 후 얘기하기 위해 애쓴다.”

-결혼 10년차 남편 김영태(41·양천구 목동)

남편의 고민 ② 연휴 내내 불평불만만 하는 아내, 나도 힘들다

“아내에게 ‘뭐가 그렇게 불공평하냐’‘예전보다 더 많이 도와주지 않냐’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내가 느끼는 시댁의 문제를 파악하고 어느 부분이 불공평한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내 역시 남편이 시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남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요구해야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잘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할 때 남편의 명절 증후군은 더욱 깊어진다. 진심이 담긴 대화를 시도해보자. 그저 무신경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남몰래 속병을 앓는다는 것을 안다면 아내의 불평도 줄어들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원장

“‘시댁에 하는 것만큼만 친정 식구들에게 해봐’‘왜 동서보다 내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해?’불공평한 일들로 아내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이런 아내를 붙잡고 ‘나도 힘드니 제발 그만하라’고 말하면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들이붓는 격이다. 아내가 받았을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원만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난 설날에 10만원 상당의 에스테틱 상품권을 아내에게 선물하며 ‘명절에 수고 좀 해달라’고 했더니 아내의 불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진심어린 말 한마디가 아내의 마음을 녹인다.”

-결혼 15년차 남편 한순민(43·강남구 삼성동)

[사진설명] 결혼 후 첫 명절을 앞둔 동갑내기 부부 이지은(30)·오정환씨는 명절증후군으로 다투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현정·신수연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촬영협조=박술녀 한복, 헤어뉴스 청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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