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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물질 수출 파장] 미국 대북강경책 빌미 되나

중앙일보

입력

북한-리비아 핵 커넥션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일 부시 2기 행정부가 이번에 보도된 북한의 핵물질 수출 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경우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 최악의 경우 대북 경제.군사적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핵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핵대사도 "북한이 핵물질을 제3국에 이전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이 경우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북한산 어떻게 밝혀졌나=2003년 12월 리비아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어 리비아는 2004년 초 보유하고 있던 핵물질과 관련 장비를 모두 미국에 넘겨주었다. 미국은 리비아에서 넘겨받은 핵물질을 테네시 소재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특히 미국은 리비아가 넘겨준 2t가량의 6불화우라늄(UF6)의 원산지를 추적했다. 당초 미국은 이 물질이 파키스탄에서 흘러들어 왔을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이 핵물질을 다른 우라늄 샘플과 비교한 결과 이것이 '북한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뉴욕 타임스는 이 결과가 "DNA 조사 못지않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 6불화우라늄(UF6)이란=북한이 리비아에 판매한 UF6는 원폭을 만들기 위한 저농도 우라늄이다. 우라늄으로 원폭을 만들려면 크게 3단계 가공 과정을 거친다. 우선 우라늄 광산에서 천연 우라늄 광석을 채취한다. 그 후 제련 공장을 거치면서 불순물이 제거된 노란색 가루 형태가 된다. 이를 옐로 케이크(yellow cake)라고 부른다. 이 물질이 전환 공정을 거치면 UF6가 된다. 통상 UF6에는 원폭의 원료인 U-235가 0.7% 정도 함유돼 있다. 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수년간 돌리면 농도가 90%인 무기급 우라늄이 된다. 설탕에 비유하자면 우라늄 광석은 사탕수수, UF6는 사탕수수를 압축한 것, 고농축 우라늄은 설탕에 해당되는 셈이다.

◆ 6자회담 영향은=부시 행정부의 인식 여하에 달렸다. 만일 워싱턴이 북한 핵 수출을 '테러와의 전쟁'맥락에서 받아들일 경우 이번 사태는 6자회담 무산→안보리 회부→대북 제재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교전문가인 전봉근 평화협력원장은 "당분간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워싱턴이 이 문제로 6자회담을 무산시킬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도 "미국이 오히려 6자회담 조기 개최에 주력할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 네오콘의 언론 플레이=언론 보도의 '배경'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시기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같은 미국의 양대 신문 1면에 일제히 보도된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한 관측통은 이번 보도가 6자회담을 앞두고 입지를 굳히기 위한 네오콘의 언론 플레이일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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