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전경련 회장 안 맡기로 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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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일 "전경련 회장단이 찾아와 추대 수락을 요청하더라도 고사하기로 그룹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그룹 임원들에게 "삼성은 지금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초반에 있으며, 삼성 경영에 전념해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면서 "공직을 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은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 문제를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외부 인사 30여명에게 자문까지 했으며, 그 결과 부정적인 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경영에 전념해 초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게 가장 큰 사회 공헌"이라는 게 중론이었다는 것이다. 또 '전경련 회장은 한국 기업 이익의 대변자'라는 인상 때문에 외국에서 삼성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10여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면 자칫 삼성을 위해 나서는 것으로 오해받아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자문단은 충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강신호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이 방문해 추대 의사를 전했을 때 ▶건강이 완전하지 않고▶신성장 동력을 찾는 등 삼성 경영에 주력해야 하며▶그룹 일로 해외출장이 잦아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고사했었다. 그러다 회장단이 계속 요청하자 "신중히 생각해 봅시다"라고 답했었다.

한편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2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가 지난 뒤 이 회장을 찾아가 수락을 다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날짜는 14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다른 대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전경련 회장은 23일로 예정된 전경련 총회에서 선임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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