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불변’ 일본산 수입품 톱10 … 이젠 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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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산업 육성책이 본격 가동된 지 10년이 지났다.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지만 아직 속은 부실하다. 정부와 업계는 앞으로 핵심에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중 20대 핵심부품소재의 하나인 광모듈 분야 사업자로 선정된 빛과전자 연구실에서 광모듈 기술의 안정성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한국의 부품·소재산업은 10년째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못 좁히고 있다. 2001년 이후 총 2조2000억원이 넘는 돈이 기술개발에 투입됐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수입규모가 큰 100개 부품·소재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원천 또는 고도기술이 일본에 뒤지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지난 10년간 일본산 부품·소재의 수입액을 분석한 결과 2001년 14억6000만 달러로 규모가 가장 컸던 열연강판이 지난해에도 42억1000만 달러어치나 들어왔다. 규모로 역시 1위였다. 열연강판은 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을 고온에서 눌러 만든 얇은 철판으로 주로 자동차·조선·전자제품의 표면재로 쓰인다.

이 밖에 10년 전 대일본 수입액 10위 안에 든 자동차 부품, 방송·무선통신기기, 기타 화학제품, 광학부품, 축전지, 합성수지, 컴퓨터용 카드, 전자축전지, 사진용 화학제품 가운데 지난해 10위권에서 빠진 것은 축전지와 전자축전지 두 종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는 판유리와 유기화합물이 추가됐다.

2001년 부품소재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부품·소재산업에 2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2690여 건의 기술개발을 지원했다. 전폭적인 지원 덕택에 부품·소재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부품·소재산업에서 얻은 무역흑자는 513억 달러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410억 달러)보다 많았다.

하지만 핵심 부품과 소재는 여전히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전체 부품·소재 교역에서는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지만, 핵심 부품·소재를 주로 사오는 일본과의 교역에서는 오히려 적자가 늘고 있다. 2001년 105억 달러 적자였던 일본과의 부품·소재 무역수지는 지난해 201억 달러로 100% 가까이 늘었다. 더구나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이 많은 100개 품목을 분석해 보니 절반이 넘는 51개가 기술부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지원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업들의 개발 요구를 들어주던 것을 앞으론 파급효과가 큰 기술 가운데 자립 가능성이 보이는 것을 뽑아 집중 지원하는 ‘하향식’ 지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우선 2013년까지 기술자립이 가능한 20대 품목에 대해 2013년까지 100억원씩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기술부족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51개 품목 가운데 단기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것들이 선정됐다. 지원 대상엔 해당 부품·소재로 중간재(모듈)와 최종 제품을 만드는 기업까지 컨소시엄으로 묶어넣음으로써 사업성을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래산업에서 꼭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10가지 소재를 골라 2018년까지 총 1조원을 지원하는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 소재(WPM)’ 육성사업도 시작했다. 우태희 지경부 주력산업정책관은 “20대 부품·소재 개발이 모두 성공을 거두면 일본산 수입 중 20% 이상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주력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현철·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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