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새벽 일본 대사 불러 다이빙궈 ‘센카쿠 나포’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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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7일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역에서 일본 정부의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로 시작된 중·일 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이 중국 어선을 나포,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 정부는 연일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은 또 이달 중순 일본과 열기로 했던 2차 동중국해 협상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일본을 압박했다. 일본은 중국의 강경한 자세에 추가 대응을 자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1일 오키나와(沖繩) 인근 동중국해에서 중국 정부의 감시선이 일 해상보안청 조사선의 활동을 제지하면서 이번에는 일본이 다시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일본 측은 즉각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나섰다. 동중국해 해상권을 둘러싼 양국 신경전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례적 ‘휴일 새벽 초치’=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은 휴일인 12일 새벽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사건 발생 후 네 번째 항의다. 초치할 때마다 중국 측의 직급이 이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물론 외국 대사를 한밤중에 부른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일본의 지지(時事)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중국이 전례 없이 파상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자국 이익과 자국민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이 국무위원은 이날 니와 대사에게 “일본이 정세를 오판하지 말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 억류 중인 중국 어민과 어선을 즉각 송환하라”고 촉구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하지만 니와 대사는 “엄정하게 국내법에 입각해 일을 처리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중국 측 요구를 거부했다고 일 NHK는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쑹타오(宋濤) 외교부 부부장(차관·7일), 후정웨(胡正躍) 부장조리(차관보급·8일), 양제츠(楊潔<7BEA>) 외교부장(장관·10일)이 니와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도 8일 일본 외무성에 별도로 항의했다.

◆양국 정부 선박 신경전=11일 오전 오키나와 북서 280㎞ 지점에서 중국 정부 감시선이 해저 측량조사 활동을 하던 일본 해상보안청 조사선 2척에 접근해 “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 이를 거부하는 일본 조사선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5분 중국 감시선 ‘하이젠(海監) 51호’가 일본 조사선 ‘쇼요(昭洋)’와 ‘다쿠요(拓洋)’에 550m 거리까지 접근, 무선을 통해 “중국 관할수역에 들어와 있으니 국제조약 및 중국 법령에 따라 즉각 조사를 중단하라”고 영어로 요구했다. 일 조사선은 “여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며 정당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중국 측의 요구를 일축, 측량조사를 계속했다. 중국 정부 감시선은 일본 조사선의 측량조사가 계속되는 2시간 동안 인근 해상에서 감시했다. 일 외무성은 이날 중국 정부에 이를 공식 항의했다.

문제가 된 해역은 일본과 중국이 주장하는 EEZ가 서로 겹치는 곳이다. 일본은 양국 영토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곳을 잇는 ‘지리적 중간선’으로 EEZ를 나누자는 입장이나 중국은 오키나와 근해의 해구(海溝)를 경계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도쿄·베이징=김현기·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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