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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출기업 10곳 중 7곳 거래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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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란 국영 자동차회사 코드로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A중소기업은 지난 8일 이란에 대한 정부의 금융제재가 확정되면서 500만 달러(약 58억원)의 수출이 무산될 지경에 놓였다. 국내 시중은행이 이란 기업과 관련한 신용장 개설, 송금 업무를 중단하면서 자금 결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연간 10억~30억원대 소형 플랜트를 이란에 수출하는 B중소기업은 지난달 중순부터 거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장 수주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지난 10년에 걸쳐 어렵게 개척한 시장을 (이번 금융제재로) 중국이나 대만 업체에 빼앗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란 제재 방안이 확정된 뒤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2일 이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89곳을 조사한 결과 현재 수출을 전면 중단한 업체는 28.1%, 일부 중단한 업체는 48.3%였다. ‘대금 회수에 대한 우려’(45.5%)가 있거나 ‘은행에서 대금 결제를 받지 못해’(35.1%) 이란과 거래를 끊은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향후 이란과의 수출 거래 계획에 대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41%)을 추진하거나 ‘대금 결제 방식 변경’(37%)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이란 제재 관련 피해 중소기업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48.4%)는 반응이 많았다. ‘자금난 해소 및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22.1%), ‘여신 만기 연장이 가능해진다면 도움이 될 것’(15.8%)이라는 응답은 그 다음이었다. 앞서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정책자금 지원, 은행권 여신 만기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경만 국제통상실장은 “현재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업체는 전체 매출 가운데 이란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곳으로 한정돼 있어 2100여 이란 수출 중소기업 중 대상이 270여 곳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경영안정자금을 추가 확보하는 한편 정책자금 이용 대상 업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정부가 시중은행 한 곳에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원화 계좌를 개설토록 해 정상적인 거래를 보호키로 한 만큼 이를 통해 확실한 결제 창구가 확보된다면 대금 미회수 우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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