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승전 기념일은] 나치 독일에 2차대전 이긴 날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은 옛 소련군이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날을 기리는 행사다. 1941년 참전해 45년 5월 8일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은 소련군은 다음날 체코 수도 프라하에 입성한 뒤 연합국의 승전을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 최대의 국경일이다.

특히 승전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세계 정상들을 대거 초청, 대규모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합군의 2차대전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한 소련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도 과시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소련군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쟁의 흐름을 연합국 승리 쪽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승전 기념행사에는 남북한을 포함, 모두 57개국 정상들이 초청됐다. 지금까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40여개국 정상들이 행사 참가를 공식 통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도 1일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아직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러시아 외교소식통은 "아직 북한으로부터 행사 참가를 통보받지는 않았지만 50%의 가능성은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이 마지막 순간에 참가를 전격 선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할 경우 모스크바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는 "순전히 승전 기념행사로 남북한 정상회담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해결에서 주도적 역할을 희망해온 러시아가 남북정상의 만남을 적극 주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