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전재연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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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연이 결승에서 하이클리어를 하고 있다.[인천=연합]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희망 전재연(22.대교눈높이)이 코리아오픈 정상에 우뚝 섰다. 세계랭킹 9위 전재연은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교눈높이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홍콩의 왕첸(세계 8위)을 2-0(11-7, 11-8)으로 완파했다. 한국 여자단식이 1급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6년 코리아오픈 때 방수현 이후 9년 만이다.

혼합복식 결승전에서는 이재진(원광대)-이효정(삼성전기)이 젠스 에릭슨-메트 숄다거(덴마크)를 2-0(17-14, 15-9)으로, 여자복식에서는 이경원(삼성전기)-이효정 조가 게일 엠스-도나 켈로그(영국) 조에 기권승을 거둬 한국은 금 3.동 2개로 대회를 마쳤다.

기나긴 갈증이었다. 전재연은 방수현 이후 스타 기근에 시달린 여자단식의 기대주로 촉망받았지만 큰 대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 준우승과 5월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아테네 올림픽에선 16강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최고 등급인 6스타급 대회인 코리아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확실한 차세대 스타임을 입증했다.

1세트를 리드 한번 내주지 않고 따낸 그는 2세트에서는 초반에 리드당하다 9-4로 경기를 뒤집었다. 왕첸의 끈질긴 추격에 몰려 9-8에서 일곱 차례나 서브권을 주고받았으나 10-8에서 시도한 회심의 드롭샷이 네트를 살짝 넘어가 우승을 잡았다. 그는 "너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 것 같다"며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이 제일 먼저 스친다"고 말했다. 포천초등 3학년 때 라켓을 잡은 그는 중2 때 부모님이 병마로 차례로 돌아가신 뒤 할머니(78)와 함께 살았다.

혼합복식 결승전에선 이재진-이효정 조가 세계랭킹 2위 덴마크 조를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1세트 11-14로 몰린 이-이 조는 서브권을 찾은 뒤 내리 6점을 따내 역전승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지난해 12월 처음 손발을 맞춘 이-이 조는 국제대회 두 번째 출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이효정은 이경원과 짝을 맞춘 여자복식에서도 영국 조가 부상으로 기권해 2관왕에 올랐다.

인천=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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