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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대한민국 헌법 동판을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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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특별기고문 ‘광화문에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본지 8월 27일자 33면)를 읽고>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김문수 지사님의 글을 접합니다. 한때는 대한민국의 군사독재를 눕히고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함께한 동지였기 때문입니다. 김 지사님의 글을 읽고 짧은 소견이나마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대한민국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커밍아웃은 용기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전향이라는 커밍아웃엔 항상 책임이 뒤따릅니다. 김 지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일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다면 균형잡힌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지사님의 말씀처럼 대한민국은 성공한 역사입니다. 제 아무리 성공한 역사라 하더라도 언제나 공과 과가 있기 마련이죠. 성공한 역사관에 대한 김 지사님의 입장과 대한민국의 입장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성공한 역사에 대한 대한민국의 입장은 헌법 전문에 녹아있습니다. 영국에 마그나카르타가 있고, 미국에 독립선언문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만들어진 헌법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지역과 계층, 정파와 세력을 초월해 대한민국 공동체가 도출해낸 헌법정신이 녹아있습니다. 민주화세력도, 산업화세력도 현행 헌법 전문이 천명한 건국이념과 가치, 그리고 미래 비전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일제 식민지와 동족상잔,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하나됨을 선언한 우리 모두의 위대한 약속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화세력만의 대한민국도 아니요, 산업화세력만의 대한민국도 아닙니다. 모두의 대한민국,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며 다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헌법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성공한 역사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과정에서 나타난 공과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수단과 절차에 부당함이 있는 성공은 언젠가 후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정의, 연대, 자유와 공동체의 가치가 성공을 위한 방법론이 돼야 김 지사님이 말씀하시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의 뿌리에서 성장해야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한 리더의 위대한 역사적 구상이라 하더라도 생명의 존엄함이 없다면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지사님은 “4·19때 시위대에 발포해 무고한 시민과 학생 187명이 죽었다. 하지만 29세의 청년 이승만이 100년을 내다본 지혜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언급하신 것에 놀랐습니다. 생명은 존엄합니다. 미래를 위해 수많은 생명을 가벼이 말하는 것은 정치가 아닙니다.

성공이라는 것,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것이 어디 김 지사님의 말씀처럼 무한경쟁의 시대에 세계화의 역군으로 성공하는 것이 다이겠습니까. 대한민국은 공공의 선으로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원혜영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