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홍콩 익스프레스'서 조연 맡은 차인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영웅시대'를 끝내면서 깊은 반성을 했습니다. 캐릭터 연구도 제대로 못했고, 연기자로서 노력을 안 했던 거지요."

'바른 생활 사나이' 차인표(사진)는 "그동안 운이 좋아서 결혼도 잘하고 수입도 많이 올리고 세상 평판도 나쁘지 않았지만 연기자로서는 실패했다"는 강도 높은 '자아비판'을 계속했다.

SBS 새 수목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극본 김성희, 연출 조남국) 촬영을 위해 홍콩에 머무르고 있는 차인표는 "이번만큼은 정말 연기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냉정하고 승부욕이 강한 재벌 2세 강혁 역을 맡았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주인공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선택한 조연 자리다.

"처음엔 안 한다고 그랬죠. 악역이고, 조연이고. 해서 좋을 게 뭐 있느냐는 생각에서요. 그랬더니 주인공에 캐스팅돼 있던 조재현 선배가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조재현은'아픈' 충고를 했다. "최민식.송강호 같은 배우가 출연하면 관객들이 그 이름만 보고도 50% 점수를 더해주지만, 차인표 이름이 나오면 시청자들이 연기력 때문에 50% 점수를 깎고 본다"는 것이었다. "너는 왜 매번 주인공을 해야 하냐. 관객보다 네가 먼저 50%를 깎아내리고 시작하라"는 조재현의 설득에 차인표는 조연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곧 손병호.김세준 등 연기파 조연배우들을 찾아다니며 연기공부를 했다. 또 "내 배역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많이 고민하겠다"는 각오로 캐릭터 분석에 들어갔다. 극중 강혁의 냉철한 이미지를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살도 뺐다. 평소 걸음걸이.태도까지 강혁의 모습으로 바꿨다.

"내 배역에 몰입해 충실하게 연기하고 그 내면을 보여주면 시청자들도 공감을 하겠지요."

그의 연기 변신이 선보일 '홍콩 익스프레스'는 다음달 16일 첫 방송을 탄다.

홍콩=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